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테러에 이용된 4대의 비행기를 납치한 19명 중 12명이 최근 2년간 미 플로리다에서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날씨가 좋아 다른 곳보다 비행학교가 많은 주(州)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실제 9명이 조종술을 배웠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남쪽과 북쪽 타워를 들이받은 마완 알세리와 모하메드 아타는 지난해 12월 마이애미 인근의 심센터 비행학교에서 이틀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보잉 727기 모의조종장비로 항공기를 선회시키거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익힌 것.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UA) 93편을 조종한 아마드 알나미 등 3명이 자동차 운전면허와 등록상 주소를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의 해군 항공기지 내 막사로 기재한 점을 들어 미 군사시설에서 교육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부분 8월25∼28일 사이에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행 항공편을 예약하면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좌석을 골랐다. 조종실로 접근하기가 가깝고 일반 좌석(이코노미석)과 떨어져 있어 승무원을 위협한 뒤 조종실을 장악하기가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편 예약은 대여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했다. 일등석 편도 요금(4500달러)과 비즈니스 요금(1600∼1760달러)을 현금 또는 비자카드로 결제했다.

테러가 이처럼 체계적으로 이뤄진 점으로 미뤄 국제 테러단체가 개입했으며 그 배후는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빈 라덴은 이슬람 과격단체의 하나인 ‘이집트 지하드’ 등 테러조직 알카이다를 조직했다.

FBI에 따르면 납치범 19명은 모두 아랍계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등 출신이다. 이들 중 4명이 알카이다와 관련이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미 수사당국은 테러에 이용된 여객기 납치범 19명의 신원을 파악해 공개한 데 이어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용의자들의 검거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번 테러로 인한 희생자는 551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FBI는 납치범 19명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독일 등 우방국에 통보해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이들의 미국 내 행적과 접촉 인물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또 이번 테러를 감행한 테러단체와 연계된 다른 테러리스트들이 또 다른 테러공격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15일 “미 관리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이번 자살비행테러와는 달리 폭탄을 적재한 트럭이나 다른 폭발장치로 정유시설 등 보다 공격이 용이한 목표물을 노리고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진녕기자·워싱턴〓송상근기자>jinnyong@donga.com

▼자살비행 테러범 신상명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