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간디의 비폭력 혁명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1930년 봄 모한다스 간디는 추종자들을 이끌고 사바르마티에서 해안의 단디까지 인도를 횡단하는 약 390㎞ 행진에 나섰다. 영국 식민 정부가 소금에 세금을 부과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가는 곳마다 농부들과 시골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나와 인간의 해방과 국가의 독립에 관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해안에 닿자 그는 바닷물을 끓여서 불법으로 소금을 만들었다. 이때쯤 영국의 정책에 반대해서 그의 곁으로 몰려든 인도인들은 수천명에 이르렀고 식민정부는 평화롭고 비폭력적인 혁명이 지닌 거대한 힘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금세에 반대한 이때의 행진은 인도를 영국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간디의 17년간에 걸친 노력 가운데 초기의 대규모 행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간디는 식민통치의 종식만으로는 자신이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가측 천민에 대한 인도 사회의 극단적인 차별을 종식시키고 종교적 평등과 성적 평등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디는 1948년에 암살당한 이후 너무나 신화적인 인물로 미화되었기 때문에 그가 지녔던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거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현대 역사중 가장 중요한 사건의 상징으로 대접받을 자격을 충분히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식민지배와 개인에 대한 억압을 동시에 공격함으로써 20세기를 상당부분 변화시켰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권을 위한 위대한 투쟁은 지난 1000년간 일어났던 혁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삶을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산업혁명이었다. 인권을 위한 투쟁은 또한 가장 성공적인 혁명도 아니었다. 1948년에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여전히 실현될 가망이 별로 없는 희망에 불과하다. 그러나 근대 역사가 시작된 후 일어난 많은 혁명 중에서 인권혁명은 도덕적으로 가장 큰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

20세기 들어 인권이라는 개념은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으며 많은 나라에서 인권 보장이 현실로 나타났다. 전세계에 걸쳐 공식적인 식민지배가 사실상 종식되고 많은 나라에서 이런 저런 형태의 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은 이 위대한 혁명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경우 혁명은 엄청난 희망을 말해놓고 그것을 진정하게 실현하지 못하거나 철저하게 배신해버린다. 그러나 인권 혁명은 희망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스스로 희망이 된다. 인권 혁명의 이상이 아직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인권 혁명 덕분에 전세계의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게 된 이 이상은 아마도 근대 역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희망을 주는 힘일 것이다.

▽필자:앨런 브링클리〓컬럼비아대 역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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