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원자재값 폭락… 濠-加등 경제 동반추락위기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29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이 지역의 환란(換亂)으로 인한 경제위기는 수입과 투자수요를 감소시켜 그동안 첨단 고가제품을 팔아 재미를 봤던 미국 및 유럽기업들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선진국은 큰 피해를 보지 않은 반면 동아시아에 1차 산품을 팔아온 인근 태평양연안 국가들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값 폭락〓호주(양모 석탄) 뉴질랜드(목재 과일) 캐나다(석탄 목재) 멕시코(원유) 칠레(구리) 등 1차 산품 수출국들이 1차적인 피해자.

이들 원자재 수출국은 아시아 수요 격감, 국제원자재가격이 폭락하자 재정 및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경제전망이 어두워져 통화가치는 하락했고 물가상승 및 실업증가라는 ‘동아시아적’ 위기현상이 뒤를 이었다. 전체 수출의 40%를 목재와 석탄에 의존하는 캐나다 달러의 가치는 이달 들어 90년대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동아시아에서 수입을 줄인데다 화폐가치가 70%나 떨어진 인도네시아산 목재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목재 수산물 과일 등 수출량의 3분의1을 일본에 팔아왔으나 일본의 극심한 경기위축으로 불황에 빠져들었다. 매년 1차산품 수출이 7%씩 성장하던 호주도 마찬가지. 이달 들어 호주달러가치는 ‘향후 수년간 호주의 1차산품 수출 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12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잘 나가는 미국과 유럽〓미국과 유럽은 아시아 등 개도국과의 교역량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선진국간 교역의 비중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아시아 경제위기의 직접적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

이들은 오히려 원자재가격 하락을 즐기는 쪽이다. 지난해말 배럴당 22달러였던 국제원유가는 이달 들어 11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알렌 시나이 미국 프리마크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동아시아의 수입감소와 값싼 수출품의 미국시장 장악은 성장률 감소요인임에 분명하다”며 “그러나 미국경제는 값싼 소비재와 원자재를 쓰면서 인플레를 피할 수 있었고 여유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자에 연결시켜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 상반기 국제유가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수입감소는 1백40억달러였다. 석유의 순수입국인 유럽의 소비자들이 이 액수가운데 상당부분을 챙겨간 셈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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