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換亂 1년②]엔低,세계경제 뒤흔들 시한폭탄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42분


작년 외환위기가 아시아 각국을 연쇄적으로 덮칠 때 일본에는 “다음은 일본이 아닐까”라는 우려와 “그래도 설마 일본이…”라는 낙관이 교차했다.

그러나 ‘일본발 국제금융위기’의 가능성은 올들어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6월 들어 두드러졌던 엔화가치와 닛케이(日經)주가의 동반폭락은 아시아 금융시장을 일제히 뒤흔들었다.

미일(美日)의 협조개입으로 외환시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을 넘겼지만 일본경제는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잠복요인이다.

와카쓰키 미키오(若月三喜雄) 일본종합연구소이사장처럼 일본의 금융불안이 미국 주가급락을 부르고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 하버드대 에즈라 포겔교수가 ‘일등국 일본(Japan as No.1)’에서 격찬했던 일본의 경제신화는 막을 내렸다. 소비와 투자위축, 고용불안과 금융시장 경색이 맞물리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복합 디플레’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97회계연도 성장률은 2차대전후 최악인 마이너스 0.7%를 기록했다.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 막대한 무역흑자, 세계최고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일본경제는 왜 흔들리나.

실물부문에서는 국내소비 위축이, 금융부문에서는 투명성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개인소비가 경제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아무리 수출이 늘어도 내수가 침체하면 경기는 바닥을 치게 된다. 작년 4월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린 후 위축되기 시작한 소비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고용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올해 5월의 실업률은 4월과 마찬가지로 전후(戰後) 최악인 4.1%였다.

각국의 자금을 미국으로 몰리게 해 엔화약세를 부채질한 결정적인 원인은 일본 금융기관의 불투명성이다.

도무지 실상을 알 수 없는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규모는 ‘글로벌 스탠더드(지구적 기준)’가 지배하는 현재의 국제경제질서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괴물’이었고 이 때문에 일본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복합 불황’으로 불리는 일본경제의 전반적인 쇠락과 엔화가치의 폭락은 그 뿌리를 캐보면 역시 아시아 금융위기에 닿는다. 때문에 아시아경제를 살려야 일본의 번영도 영속할 수 있음을 일본은 잘 알고 있다.

일본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돈의 힘’ 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갈 수 없음을 아시아 환란을 통해 절감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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