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換亂 1년①]설득력 약해지는 「美자본 음모論」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될 때 이른바 ‘음모론’이 유행했다.

또 최근의 일본 엔화약세로 제2의 아시아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 책임론’이 제기됐다.

‘아시아 경제위기는 미 재무부와 다국적 자본이 아시아를 길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신용평가기관 매스컴 국제통화기금(IMF)이 동원부대이며 금융자유화와 빅뱅이 무기로 사용된다. 전초부대는 핫머니. 한국 일본에 이어 최종 목표는 중국이다.’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음모론은 특히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가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검증이 어려운데다 논리에 약점도 많아 점차 잊혀졌다.

무엇보다 외환위기는 월가가 아시아에서 돈을 빼가면서 시작됐지만 월가는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 음모에 동원되는 집단이 아니다. 월가는 외환위기 해소과정에서 ‘아시아에 투자해달라’는 미국정부와 IMF의 호소를 ‘돈의 논리’로 외면했다.

더욱이 월가는 아시아 위기로 손해만 봤다. 보유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바뀌고 빌려준 돈을 떼일 뻔했다. 연 10%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던 투자처는 사라졌다.

노무라총합연구소 김광수(金光洙)연구원은 “음모론은 진지한 경제학자들이라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일종의 괴짜 이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엔화약세에는 미국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며 “음모론보다는 방관론이나 미국책임론 쪽이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위기 확산과정의 핵심단계였던 한국의 환란때 미국은 긴급자금지원을 요청받고도 예전과 달리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한국이 벼랑끝에 몰리자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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