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서구문화는 타락한 오락문화』맹비난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솔제니친
러시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77)은 24일 세계 문화가 오락을 추구하는 소비자 수요의 노예가 되고 있다며 세계 문화의 빈곤과 천박함을 개탄하고 서구 문화는 전세계적 문화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구소련의 유명한 반체제인사였던 솔제니친은 이날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에서 모처럼 행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서 공산독재는 동일한 위력을 지닌 「금전의 절대 권력」이라는 전체주의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연설주요내용. 『과학기술이 정교한 도구들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인간의 정신까지 개발하지는 못한다. 문명의 번영은 무한한 부와 편리를 이룩해낸 동시에 영혼의 빈곤화를 초래하고 있다. 대중은 쾌락만 추구하고 있고 돈에 눈이 어두운 영화제작업자들과 출판업자들은 이들의 천박한 취미에 영합함으로써 문명의 저질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업자들이 고전을 재탕하면서 대중이 재미를 원한다는 이유로 비극을 행복한 결말로 바꿔 놓고 있다. 돈의 지배에 의해 손상되지 않았더라도 서구문화는 전세계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그 문화가 전세계적 문화라는 단일개념을 정립하려 함으로써 토착 문화들이 위협받고 있다』 그는 또 러시아의 문화적 퇴보현상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각한 국가재정 위기로 인해 러시아문화의 후퇴는 더욱 악화됐으며 공산주의자들이 70년 동안 소련 정권을 찬양하는 영화와 책들만 허용했으며 새 정부 역시 돈이 없어 예술과 과학창달을 지원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다른 어떤 독재만큼이나 예술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는 지금 『시장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으며 다만 야만적인 약육생식의 자본주의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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