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가 퍼스널컴퓨터(PC)가 널리 보급되는 PC의 융성기였다면 21세기는 PC가 전지구적 통신망으로 묶이는 네트워크의 시대. 세계경제의 「방향타」로 알려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올해 대주제가 「미래 정보화사회의 구축」으로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속도(速度)경영」이 기업 및 국가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만큼 포럼에 참여한 1천여명의 국제 정재계 거물들에겐 더욱 놓칠 수 없는 주제.>>
[박정래기자] 다보스포럼의 이러한 성격은 회의장과 호텔 등에 비치된 통신 네트워크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네트워크는 회의장과 호텔에 설치된 60대의 컴퓨터를 통해 회의장간, 회의장과 전세계를 리얼타임으로 연결한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 등장한 네트워크중 백미(白眉)는 역시 포럼사무국이 야심적으로 구축한 「웰콤」라인.일종의 첨단 화상회의 시스템인 웰콤은 전세계에 깔린 디지털종합정보통신망(ISDN)을 이용, 지구촌 어느곳에서든 수십명의 참석자들이 동시에 선명한 화상을 통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최고 50명까지 회의에 참석, 동시통역 서비스를 받으면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회의내용을 지켜보기만 할 경우엔 참석자를 수백명으로까지 늘릴 수 있다. 시스템 초기가입비가 1만6천달러(1천4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이지만 위성회선이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화상회의보다 보안성이 강해 정보누출에 기겁을 하는 거물급 포럼참가자들에겐 안성맞춤. 포럼사무국측은 웰콤을 통해 공식적인 회의장에서 나눌 수 없는 은밀한 대화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상회의 외에 금융시장 대혼란이나 국지전이 발발하는 경우 등 비상사태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것.
이 때문에 타임지 최근호는 다보스포럼에 등장한 웰콤이 목표대로 가입자 수를 확대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다보스 참가자들이 향후 많은 참가경비가 소요되는 포럼 참가를 기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럼이 탄생시킨 웰콤이 회의 자체의 유용성(有用性)에 문제를 제기하는 「새끼 살모사」의 악역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보스포럼이 주제로 내건 「정보화사회」는 이미 포럼 자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