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騎虎之勢(기호지세)(말탈 기, 호랑이 호, 어조사 지, 형세 세)

  • 동아일보

● 유래: 중국 수(隋)나라 역사서 수서(隋書)의 독고황후전(獨孤皇后傳)에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남북조시대 말 북방의 선비족이 세운 북주(北周)는 강력한 무력으로 화북(華北)지역을 통일하였습니다. 그때 북주 재상인 양견(楊堅)은 한족의 명문가 출신으로 자신의 딸을 황제인 선제(宣帝)의 황후로 삼아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었지요. 그런데 젊은 황제 선제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겨우 여덟 살인 정제(靜帝)가 황위를 이었습니다. 평소 양견은 한족 출신으로 대망을 품고 있었는데 이를 알고 조언하는 이가 바로 아내 독고가라(獨孤伽羅)였습니다. 독고가라는 북주 명문가의 딸로, 뛰어난 정치적 식견과 담력을 지닌 여걸이었습니다. 황제 측 세력과 권력을 다투던 어느 날 밤. 독고가라는 양견에게 편지를 보내 말하기를 “대사(大事)가 이미 이러하여 짐승을 타는 형세이니(大事已然, 騎獸之勢) 절대로 내리지 못합니다. 만일 내린다면 맹수 밥이 될 터이니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디 힘을 내어 뜻을 이루십시오”라며 격려하였습니다. 결국 양견은 부인의 격려에 고무되어 격렬하게 저항하는 황제 측 세력을 물리치고 모반에 성공합니다. 이후 양견은 수(隋)나라를 건국하여 문제(文帝)라 일컫고, 8년 후에는 남조 최후의 왕조인 진(陳)나라를 복속시킴으로써 천하통일을 이룩합니다.

● 생각거리: 수서(隋書) 원문에는 ‘기수지세(騎獸之勢)’로 되어 있으나 맹수인 ‘호랑이’를 구체화해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조선왕조 태종실록에 태종(太宗)대왕이 아들 세종(世宗)에게 양위하며 말하기를 ‘18년 동안 호랑이를 탔으니 그것으로 이미 족하다(十八年騎虎 亦已足矣)’라고 한 용례도 있습니다.

#한자성어#기호지세#호랑이#독고황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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