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영화 ‘오빠생각’ 강매 논란…전문가 “좋은 영화에 재를 뿌린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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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월 25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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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오빠생각 스틸컷
사진=영화 오빠생각 스틸컷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에 영화 ‘오빠생각’ 예매권을 강매했다는 의혹과 함께 영화판 ‘갑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오빠생각’ 예매권을 은행 및 보험·증권사에 최소 3000장에서 최대 1만7000장까지 사달라고 유선상으로 협조 요청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직적 차원의 강매나 할당은 전혀 없었다”며 “일부 금융회사가 임시완 씨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표하고자 영화표를 구매해 현장직원에게 나눠주는 등 직원복지 차원에서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도, 방법과 상관없이 ‘홍보대사의 영화를 띄워주기 위해서 금융사들한테 표를 사게 했다’는 그 자체로 ‘갑’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

영화 평론가 조원희 감독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무리 갑이 ‘이건 자발적인 겁니다’, ‘우리 강요한 적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을의 입장은 다르다”며 “협조요청 전화 한 통, 공문 한 장 보내는 것 자체가 사실 을의 입장에서는 강매”라고 밝혔다.

실제, 영화 ‘오빠생각’은 예매율 상승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조원희 감독은 “예매율을 높여준다는 것은 예매율 순위를 올려준다는 건데 예매율 순위가 올라가면 아무래도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예매율이 높은 작품들을 관객들이 더 찾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판에서 관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영화의 흥행을 유도하는 편법들은 또 있다. 조 감독은 “재벌 기업이 단체관람 또는 할인판매 형식으로 그룹 계열사에 표를 사게 하는 일종의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명절을 끼고 있는 영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에 종종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편법들이 모두 영화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 감독은 “(이러한 편법들은)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은 마케팅”이라며 “(초기 마케팅 효과를 위해) 4만 장을 구매를 하면 4억 원정도의 마케팅 비용이 추가가 되는 건데, 4억 원을 가지고 다른 마케팅을 하면 훨씬 더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빠생각’이라는 영화는 굉장히 잘 만들어졌고 배우들의 열연도 굉장히 뛰어나고 관객 반응이 굉장히 좋은 영화인데 거기에다가 어떻게 보면 금융위라는 곳이 재를 뿌렸다고 볼 수 있다”며 “영화계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불건전한 상황들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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