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 선언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57분


‘거버네이터(Gover-nator) 슈워제네거?’

영화 ‘터미네이터’로 잘 알려진 미국의 액션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56·공화당)가 6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배우 출신 주지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이날 NBC방송 간판프로인 ‘투나이트 쇼’에 출연해 “내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주정부 운영 실패는 끔찍한 수준”이라면서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 주도)를 되살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슈워제네거는 민주당 정치 명문 케네디가 출신인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의 반대로 당초 불출마쪽으로 기운 듯했었다. 그는 이날 “마리아는 내 결정을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슈라이버씨는 존 F 케네디의 여동생 유진 케네디 슈라이버의 딸이다.

슈워제네거는 공화당원이지만 낙태에 찬성하고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하는 등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진보적 입장이다.

정치경력은 전무하지만 지난해 4억달러 규모의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 설치를 위한 모금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어느 정도 정치력이 검증됐다는 평이다.

성공한 이민자라는 점도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큰 장점이다.

그는 “나는 빈손으로 꿈만 갖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10월 7일 소환투표에서 데이비스 주지사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고 불신임쪽 표가 절반을 넘을 경우 주지사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를 새 주지사로 선출한다.

민주당 출신인 데이비스 주지사는 380억달러의 재정적자 등 실정으로 소환투표 대상이 됐다. 유명세와 막강한 재력을 동시에 갖춘 슈워제네거는 데이비스 주지사에게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일반인들까지 ‘튀기 위해’ 너나없이 주지사 선거에 나서는 독특한 캘리포니아의 ‘명사 열광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LA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대중 앞에 등장해 옷을 벗고 관심을 끌고자 하는 스트리킹과 똑같은 정치문화”라고 분석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포르노 배우 “스트립쇼 세금 공제” 공약▼

7일 CNN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출마 서류를 가져간 사람은 무려 511명. 출마자 가운데는 영화배우 코미디언 포르노배우까지 있다. 이들 중 9일까지 65명 이상의 지지서명과 3500달러의 등록비를 낸 사람만이 공식 후보가 된다. 노출이 심한 포르노잡지 ‘허슬러’ 발행인 래리 플린트(61)는 일찌감치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맞서 출사표를 던졌다.

포르노배우 매리 캐리(22)는 “캘리포니아 거리에 행복을 선사하겠다”고 나섰다. 캐리는 공약으로 △세수 확충을 위한 가슴 성형물 과세 △총기류 반납시 포르노영화를 증정, 폭력행위 감소 △스트립쇼 세금 공제 등을 내놨다.

모델인 안젤린은 도로공사가 너무 많아 그녀의 분홍색 스포츠카가 망가진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 출신 마크 미시킨(30)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트콤 ‘개구쟁이 아널드’로 잘 알려진 흑인 배우 개리 콜먼(35)은 6일 “출마는 하겠지만 슈워제네거를 밀어 주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무소속 정치 칼럼니스트 애리애너 허핑턴(53)도 이날 후보군에 합류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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