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전자 파업 제동…“웨이퍼 제품 변질 방지 위해 인력 투입은 평시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8일 20시 09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노조의 불법 파업을 막아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건 법원이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더불어 삼성전자가 국내외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이 전면 중단이라는 사태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예상 파업 참여 인원의 20%도 되지 않는 인력만 파업에서 제외된 데다 이 규모를 두고노 노사가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어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法 “파업 시 국내 산업 전반 생산성 저하” 우려

18일 수원지법 민사31부(수석부장판사 신우정)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파업 중이라도 사업자가 사업을 계속 운영할 자유나 기업 시설에 대해 갖는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노조의 파업할 권리가 사업자의 권리에 무조건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 재판부는 “노조가 삼성전자 측에 대기 상태(생산 중단) 유지, 신규 웨이퍼 투입 중단을 요구하는 건 사업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잠시만 공장이 멈춰도 즉각 회복이 어려운 반도체 분야의 특수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반도체 시설은 초정밀 미세장비에 해당하는 시설”이라며 “웨이퍼의 공정 대기 한계시간과 정해진 보관용량이 초과되면 웨이퍼가 변질될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노조법의 취지에 따라 파업이 끝나면 근로자들이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면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파업 이후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

법원은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이뤄질 경우 한국 경제와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칠 타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면 생산 차질은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수도권 법원 노동 전담재판부의 한 부장판사는 “쟁의행위는 헌법이 도입한 기본권인 만큼 금지 가처분은 쉽게 내려지는 결정이 아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과 그로 인해 침해받는 사업주의 권리를 비교해 결정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법원 결정에도 예고된 파업은 강행 수순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오른쪽)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오른쪽)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법원이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노사 모두 21일로 예고된 파업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회사가 신청한 가처분 대상이 ‘안전보호시설’과 ‘필수유지업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두 차례의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법원 판단으로 인해 해당 직무의 직원들이 파업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규모가 7000여 명(반도체 부분 인력의 8.97%, 전체 인력의 5.43%)에 불과해 노조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효과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파업 규모가 3만 명 이상이라 필수 인력 7000여 명이 빠진다고 해도 노조의 쟁의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노조 측은 “(가처분 인용이) 사실상 쟁의행위에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21일 예정된 쟁의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안전보호시설과 생산설비, 원료 관리가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노사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법원은 평상시의 의미를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법원이 평상시의 정의에 주말·휴일을 포함한 만큼 파업기간 내 주말·휴일에 준하는 필수인력만 출근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쟁의 기간 중 평일은 평일 수준의 인력을, 주말·휴일은 주말·휴일 수준의 인력으로 안전보호시설 및 보안작업을 유지하라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노조가 예고한 쟁의 기간(5월 21일~6월 7일) 중 주말인 4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는 평일 수준의 인력이 출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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