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수출 호황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1.9→2.5% 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3일 14시 28분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KDI 제공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KDI 제공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5%로 높였다. 기존 전망치 발표 후 3개월 만이다. JP모건, 씨티, 노무라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잇달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폭발적인 반도체 수출 증가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및 무역 불확실성 악재를 덮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동발(發)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오며 이미 우려가 현실화됐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언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덮은 중동 악재

KDI는 13일 ‘2026년 상반기(1~6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2월 전망치(1.9%)보다 0.6%포인트 높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 호황과 내수 확대로 성장세가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의 잠재성장률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경기 확장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AI 투자 붐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경기 회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KDI는 올해 한국 수출액이 역대 최대였던 2025년(7189억 달러)과 비교해 29% 증가한 927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연초 제시한 목표치(7400억 달러)보다 25%가량 높은 수치다.

자본수지, 여행수지 등을 합친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인 2390억 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외국과의 경제 활동으로 벌어들인 외화와 쓴 외화의 차액을 뜻한다. 정 부장은 “중동전쟁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5% 낮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를 다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회복세도 수치상으로는 뚜렷하다. 올해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상승률(1.3%)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가 8,000 선을 눈앞에 둘 정도로 주가가 상승하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지원금 정책을 펼치면서 쓸 돈이 많아진 효과가 반영됐다.

●물가 상승 압력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향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변수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때 원자재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KDI는 고유가 장기화 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1.6%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발 고유가 충격은 이미 세계 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간)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높아졌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전망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기존 26.5%에서 37.1%로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 역시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임 중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던 신성환 전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1일 간담회에서 “현재는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긴축적인 통화 정책(금리 인상)이 혼합된 양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올 7월부터 내년 4월까지 4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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