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서 독일과 ‘맞짱’… “정부 차원 총력전 필요”

  • 동아경제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린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 거제=박형기 기자 onehsot@donga.com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린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 거제=박형기 기자 onehsot@donga.com
폴란드와 호주 해양·방산 사업에서 연이어 고전한 한국이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앞두고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력만으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더해져야 실질적인 수주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폴란드 신형 잠수함 사업의 경우 장보고함 무상 양도 등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지만 고배를 들었다. 유럽 연합 내부의 협력 구조와 스웨덴의 ‘G2G 패키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호주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도 비슷한 결과였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대형 방산 입찰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한화오션

● 한국·독일 최종 후보… 내년 3월 2일까지 제안서 제출

캐나다 정부는 올해 11월 한국과 독일을 잠수함 사업의 최종 후보로 확정하고 내년 3월 2일까지 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도입 규모는 총 8~12척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인 정비·운용 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600억 달러(6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한국 정부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기술·가격 외 요소에 대한 정교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이 제안한 플랫폼은 디젤-전기추진 방식의 KSS-III Batch-II 잠수함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장기 잠항 능력을 확대한 설계가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약 3주(21일) 내외 장기 운용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가 요구하는 북극 장기 작전 능력과 비상 부상(ice breakthrough)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일정 경쟁력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한화오션은 계약 후 6년 내 선도함 인도가 가능하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며, 2026년 계약 체결을 가정할 경우 2032년 첫 인도, 빅토리아급 4척 퇴역 시점에 맞춘 2035년까지 4척 공급이 가능한 로드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2번함까지는 연 1척씩 인도해 2043년까지 공급하는 일정이다. 캐나다 해군이 우려하는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반면 독일 TKMS는 Type 212CD를 제안하며 노르웨이와 공동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설계·정비·미래 개발까지 포함한 40~50년 장기 패키지를 앞세우고 있다. 독일 정부는 캐나다산 CMS-330을 약 10억 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산 교차구매를 이미 실행한 데 이어, 핵심 광물·에너지 협력과 현지 생산 시설 제안 등을 결합해 산업적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캐나다의 NATO 회원국 지위, 독일이 캐나다의 유럽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잠수함 이미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잠수함 이미지

● 기술 경쟁 아닌 ‘국가 역량’ 평가… “정부 역할이 성패 좌우” 분석

캐나다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잠수함 확보가 아닌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경제·산업·안보 파트너십 구축의 기회로 보고 있다. 캐나다 산업부는 절충교역(ITB) 규모, 현지 투자, 전략산업 협력, 북극 작전 기여, 대미 의존도 완화 등 국가적 기여도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어떤 나라가 캐나다와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러한 사업 성격상 업계에서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가안보실·정책실·경제성장수석실이 축을 이루고, 국방부·외교부·산업부·기획재정부 등이 동시에 움직여 금융지원, 절충교역 이행, 산업·기술 협력, 현지 투자 검토 등을 일관된 전략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캐나다 역시 최근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현지 투자 가능성과 북극 운용 협력에 지속해서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해 온 점은 기술 신뢰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이번 사업은 기술과 기업 역량만으로는 결론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국가 전략 패키지를 얼마나 빈틈없이 준비하느냐가 실제 수주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역량을 비교·평가하는 차원의 사업이라는 취지다.

제안서 제출 이후 캐나다 정부는 기술 적합성, 산업 기여도, 외교·안보 파트너십 등을 종합 평가해 2025년 말~2026년 초 최종 협상대상(Preferred Bidder)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상세 설계·재정 협상을 거쳐 2026년 최종 계약 체결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한국 해양·방산 산업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호주 사업에서의 연속된 고전 이후 반등 기회를 맞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사업에서 밀리면 기술이 우수하더라도 국가적인 패키지 구축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만큼 범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