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카네이션 다 외국 품종이었네… 씨 마르는 ‘국산 종자’

  • 동아일보

종자 국산화율 계속 줄다 작년 0%… 장미-난 등 주요 품목도 계속 감소
‘꽃 왕국’ 콜롬비아와 FTA 후 약세
종자 산업, 로열티 등 부가가치 높아… “국산품종 개발 위한 연구-투자 절실”

지난해 카네이션이 모두 외국산 품종에 의존해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 난 등 주요 화훼 품목의 종자 자급률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화훼 품목을 비롯해 해외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사용료)가 1년 새 7.0% 늘면서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실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네이션 종자 국산화율은 0%로 집계됐다. 카네이션 종자 자급률은 2022년 2.7%, 2023년 1.3%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0%로 주저앉았다. 국산 품종 카네이션은 한 송이도 꽃 피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요 꽃 수출국인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국내 종자업체의 수익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내 농가들이 품질이 좋고 재배가 쉬운 콜롬비아산 종묘를 선호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떨어진 탓에 국내 카네이션 종묘업체가 최근 몇 년 새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외에도 화훼·과수 분야에서 6개 품목의 종자 국산화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훼 품목 중에는 난(15.2%), 장미(23.8%) 등의 자급률이 낮았다. 이들 품목의 종자 국산화율은 2022년과 비교해 각각 5.3%포인트, 7.4%포인트 하락했다. 과수 중에는 감귤 종자 자급률이 4.6%에 불과했고 참다래도 30% 수준에 머물렀다.

종자를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주요 종자업체들이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서 종자 국산화율이 위축됐다. 이후에도 수요가 높은 식량 작물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어지면서 화훼·과수 분야의 종자 자급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종자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하나의 종자를 개발하면 지속적으로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약, 바이오 등 다른 산업군의 기반으로도 활용된다. 최근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도 종자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이 해외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는 436억100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로열티 85억90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전년(80억3000만 원) 대비 7.0% 증가했다. 딸기, 버섯, 장미 등 10개 품목에 로열티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품목의 평균 종자 국산화율은 35.2%에 불과하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강병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은 품종 개발에서 유통, 활용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의 근간 산업으로 생각하고 종자 산업에 대한 연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기구 의원 역시 “국산 품종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개발의 내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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