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제재 대응 동맹과 협력” 中 “타국 협박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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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마이크론 제재]
中, 美마이크론 반도체 구매 금지
한국 제품으로 대체가능한 품목
美, 對中규제 동참 압박 커질듯

21일 중국에 구매 금지 조치를 당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버지니아주 머내서스 공장 전경. 머내서스=AP 뉴시스
21일 중국에 구매 금지 조치를 당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버지니아주 머내서스 공장 전경. 머내서스=AP 뉴시스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첫 제재를 내놓은 데 대해 미중이 정면충돌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이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한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판매를 확대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를 협박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경제 무역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관행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앞선 21일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해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있다”며 “중국 중요 정보인프라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최대이자 세계 3위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기준 중국 D램 시장의 14.5%(3위), 낸드플래시 시장의 4.6%(6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은 범용 제품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제품으로 쉽게 교체될 수 있다.

미중 정면충돌에 따라 미국의 한국을 향한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동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제재가 현실화되면 우리는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논의하듯 한국 등 동맹국들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中, 美상무장관 방중 앞두고 ‘반도체 보복’… 마이크론을 협상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


대체 가능한 마이크론 제품 규제로
美에 대한 ‘디리스킹’ 카드 분석도
중국이 21일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전격적인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자 미 상무부는 같은 날 즉각 성명을 내고 “근거 없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특히 중국이 미중 고위급 대화 복원을 앞둔 시점에서 미 대표 반도체 기업을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다른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급습 및 표적 조사와 함께 취해진 이번 조치는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규제에 전념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미 뉴욕에 본부를 둔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했다. 미 유명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였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를 이 같은 기습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 재개를 앞두고 마이크론에 대한 부분적 판매 금지 조치를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곧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규제의 주무 장관인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은 최근 방중 이유를 두고 “중국 내 미 기업의 사업 환경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 한국이나 중국 기업의 제품으로 대체 가능한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해 향후 타격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뜻이다.

그레이엄 웹스터 미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추가 규제에 대응해 미국산(産)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디리스킹하려 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마이크론 제재#중국#타국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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