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쿤의 말에 시큰둥한 불곰. “산책 싫어, 귀찮아…….” 하지만 투덜대면서도, 불곰은 라쿤의 뒤를 따라 길을 나선다. 비탈길 아래 푸른 호수를 만난 둘. “물에 풍덩 들어가볼까?” 라쿤이 신이 나서 제안하지만, 불곰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가로젓는다. 물에 젖는 건 딱 질색이니까. 하지만 먼저 호수로 뛰어든 라쿤과 함께 불곰 역시 물놀이를 시작한다. 물 위에 둥둥 뜬 채로 둘은 한가로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한참 놀다 햇볕에 털을 말려야 할 때도, 배가 고파서 뭔가를 먹어야 할 때도 라쿤은 제안하고 곰은 일단 싫다고 하는 대화가 반복된다. 하지만 어느새 라쿤이 제안한 것을 누구보다 즐기면서 하고 있는 불곰. 하자고 하는 일마다 퉁명스레 “싫다”고 거절하는 불곰이 좋아하는 유일한 일이란 아마도 라쿤과 함께 있는 것, 그리고 그 전에 일단 ‘싫다’고 말해보는 게 아닐까.
서로 다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우정을 단순하게 반복되는 리드미컬한 대화를 통해서 재밌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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