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훔쳐 마시다 구조된 앵무새가 영영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지난달 죽었다.
6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보호시설에 머무르며 주인을 기다리던 이 앵무새가 지난달 24일 숨을 거뒀다. 카페에서 구조된 날로부터 8일 만이다.
이 앵무새는 사망 전날 오후 부리로 새장을 물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는데, 협회 소속 수의사가 부재중이었을 때 돌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무새는 지능과 사회성이 높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등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협회 관계자는 “수의사가 퇴근하고 출근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 응급조치 같은 것을 할 수 없었다”며 “부검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조된 뒤 원소유주나 입양자를 만나지 못하고 죽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구조된 동물 10만6284마리 가운데 2만90368마리(27.5%)가 자연사했다.
2만5136마리(23.5%)는 입양됐고, 1만9712마리(18.5%)는 인도적으로 처리(안락사)됐다. 현재 보호 중인 동물은 1만4437마리(13.5%), 반환은 1만20188마리(11.4%), 기증은 4101마리(3.8%)였다.
숨을 거둔 앵무새는 남미를 중심으로 100만여 마리 서식 중인 ‘청모자아마존앵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모자아마존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된 국제보호종이다. 부속서Ⅱ에 등재되면 국제거래를 할 때 수출국과 수입국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생물을 도입할 때 허가를 받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도입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밀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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