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안 문제” 모호한 제재… 적용범위 커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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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마이크론 제재]
구체적 내용-해당 제품 언급 안해
전문가 “반도체칩 보안문제 안 커”

중국 당국은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구매를 금지한 조치에 대해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공개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21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법에 따라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보안 심사를 실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CAC는 보안 문제의 구체적 내용과 해당 제품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이 공개한 제재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미국이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백도어(무단으로 전산망에 침투하는 장치) 프로그램을 통한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납득이 가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반면 메모리칩은 보안 문제가 크지 않은데 보안을 문제 삼아 제재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도 해킹 등 보안성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와 같은 보안 문제를 지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관측했다.

중국 측은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가 금지되는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컨설팅기업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의 폴 트리올로 중국 담당 수석부회장을 인용해 “(중요 정보 인프라에) 금융 운송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이 모두 포함될 수도 있다”며 “중국이 중요 정보 인프라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마이크론에 엄청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제재의 배경과 대상이 모호함에 따라 향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제재에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대응에 나서는 과정에서 중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 기업에도 칼날을 겨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보안 문제#모호한 제재#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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