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공조 압박, 中은 맞제재 공세… 중간에 낀 韓반도체 난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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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마이크론 제재]
‘中, 美마이크론 제재’ 후폭풍 우려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동참 압박이 거세지는 한편으로 중국의 보복이 미 동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무원’이 된 중국이 자체 반도체 굴기를 강화할 가능성도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 ‘일촉즉발’ 미중 갈등

22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매 제한 조치와 관련해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매체 왕이(網易), 메이르징지(每日經濟) 등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한 5월 21일은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중국에 대해 각종 과학기술 제재를 가했으나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마이크론 판매 금지 조치가 최근 미중 갈등 심화 과정에서의 보복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내에선 퀄컴과 인텔 등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보복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동맹 참여국의 공동 대응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현실화되면 한국 등 동맹국들과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마이크론 판매 금지 반대 성명에서 향후 “동맹국과 협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일했던 홀든 트리플렛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이외에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며 “어떤 기업도 다음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반도체 기업은 좌불안석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 중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중국 낸드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마이크론의 공백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D램 시장의 경우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이 0.1%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기술력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의 고객사들에 메모리 재고가 넘쳐 일정 기간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마이크론의 D램 빈자리를 채우려면 한국 제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앞서 미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FT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사실일 경우 대체 제품 공급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에 한국 기업들이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중국으로부터 현지 사업에 대한 불이익이나 보복 조치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기업에 대해 마이크론과 비슷한 제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중국 법률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고립 정책이 지속되면 중국 내부에서 자체 반도체 굴기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매체 왕이는 “이번 사건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곧 메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적 동맹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은 일본의 역할도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일본 생산기지 건설이나 첨단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동맹공조 압박#중국#맞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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