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45%… 1월 무역적자 역대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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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쇼크]
글로벌 침체-반도체값 하락 여파… 반도체 수출 14년만에 최대폭 감소
무역적자 사상 첫 100억달러 넘어, SK하이닉스 10년만에 분기 적자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의 1월 수출액이 지난해 1월보다 40% 넘게 급감하며 ‘반도체 수출 쇼크’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46.9%) 이후 최대로 하락했다. 그 영향으로 새해 벽두부터 월간 기준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62억7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89억6000만 달러로 2.6%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종전 최대 무역적자는 지난해 8월 94억3000만 달러로,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1월 수출은 2020년 5월 이후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1년 전보다 44.5%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7.8%) 이후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 경제활동 차질도 무역수지 악화를 가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연결 기준 매출이 7조6986억 원, 영업손실은 1조7012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 적자는 2012년 3분기(240억 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44조64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조66억 원으로 43.5%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어닝 쇼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스마트폰, PC 등 메모리 수요가 급감하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밝힌 대로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1∼6월) 침체 국면이 심화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외환위기후 첫 11개월 연속 무역적자… 수출 감소 절반이 반도체


1월 무역적자 127억달러 역대 최대
반도체 수출액 48억 달러 급감… 대중 수출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추경호 “반도체, 모든 산업의 생명수”
투자 세액공제 확대 법안 통과 총력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단가 급락,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활동 차질 등이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에서 1월 수출이 16.6% 급감하고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낸 원인에 대해 이렇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돼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급락할 뿐 아니라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석유제품(12.2%), 자동차(21.9%), 선박(86.3%), 무선통신기기(17.9%), 이차전지(9.9%)를 제외한 10개 품목의 수출이 전년 대비 모두 줄었다. 반도체의 경우 1월 수출액이 60억100만 달러에 그치며 44.5%(48억 달러)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액이 전체 수출 감소액(91억9000만 달러)의 52%에 달한다. 감소 폭으로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컴퓨터(―63.8%)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제품 판매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D램 등 반도체 부품 가격이 1년 전보다 절반 정도 떨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36.0%), 철강(―25.9%), 석유화학(―25.0%) 수출이 글로벌 수요 둔화 영향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중(對中) 수출액은 91억7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1.4% 급감했다. 대중 수출액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지난해 6월(―0.8%)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19.8%), 미국(―6.1%)으로의 수출액도 줄어들었다. 반면 수출 전략 시장인 중동(4.0%)과 유럽연합(EU·0.2%)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수입액에서는 3대 에너지(원유, 가스, 석탄)가 지난달 157억9000만 달러로 전체의 26.8%를 차지했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103억 달러)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이 줄었지만 에너지는 대규모 수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1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이다.

정부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수출 확대를 위해 방산, 원전, 인프라의 수출 금융 지원액을 지난해 9조3000억 원에서 올해 20조 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는 모든 산업을 움직이는 생명수이며 한국의 경상흑자를 유지하는 일등 공신”이라며 “반도체 지원 확대는 한국의 지속적 번영을 담보하는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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