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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고무줄 인테리어 공사비 해법없나? 표준견적시스템 차별화

입력 2022-04-05 03:00업데이트 2022-04-0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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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8〉‘아파트멘터리’ 윤소연-김준영 공동대표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왼쪽) 김준영 공동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리모델링 서비스의 하나인 아파트멘터리 키친 앞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왜 업체마다 리모델링 견적이 천차만별일까. 믿을 만한 곳은 없을까.’

2014년 당시 MBC 편성PD였던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39)는 신혼집 인테리어 입주를 앞두고 리모델링 업체를 알아봤다. 하지만 업체별로 부르는 가격은 제각각이었고 원하는 디자인에 맞춰 리모델링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였다.

그는 3개월에 걸쳐 직접 정보를 모으고 시공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발로 직접 뛰어다닌 끝에 결국 그는 원하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틈틈이 블로그에 리모델링 과정과 노하우를 글로 써서 올렸다. 누리꾼들은 ‘우리 집 인테리어도 해주면 안 되겠냐’는 댓글을 달았다. 블로그 글을 모아 책 ‘인테리어 원북’을 출간하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9년 차 PD였던 윤 대표가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한 계기다.
○ ‘언론고시생’ 때에는 인터넷 의류 사업
창업은 윤 대표에게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열었던 경험이 있었다. 스물두 살이던 2005년 윤 대표는 동대문에서 옷을 매입해 인터넷으로 팔았다. 네이버에는 170번째 쇼핑몰로 등록됐다. 당시 PD 준비를 하던 ‘언론고시생’이었던 그는 ‘방송사 입사 경쟁률이 너무 높아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당시만 해도 ‘쇼핑몰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표현이 딱히 없었고, 쇼핑몰을 창업한 내게 다들 창업이라는 말 대신 ‘왜 대학생이 장사하냐’는 질문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4개월 동안 매주 1000만 원씩 손에 쥘 정도로 쇼핑몰은 잘됐다. 하지만 윤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꿈꿔 온 PD의 꿈도 접지 않았다. 윤 대표가 MBC에 최종 합격할 무렵 동업한 친구는 홈쇼핑 PD가 돼 이들은 사업을 접었다.

쇼핑몰에 별다른 미련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온전히 PD로 향하지도 않았다. MBC 입사 1년 차 때부터 ‘PD는 10년까지만 하고, 11년 차 때부터는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의 기회가 왔을 때 PD를 그만두는 아쉬움보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펼쳐졌다’는 생각이 든 건 그래서다.
○ 디자인을 모듈화하고 가격을 표준화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한 윤 대표는 신혼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몸소 느낀 불편함을 서비스에 그대로 녹여냈다. 프랜차이즈 인테리어 업체는 가격이 비싸고, 동네 업체는 정보가 별로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 또 소비자들은 공사 과정에서 기존 견적보다 비용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는 이런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인을 모듈화하고 평형대별 가격을 표준화했다. 이른바 ‘프라이스태그(price tag·가격표) 시스템’이다. 스타일 옵션과 자재를 명시하기 때문에 고객은 정확한 가격을 사전에 받아볼 수 있다.

윤 대표는 “아파트 리모델링에 집중하면서 데이터가 계속 쌓였고, 이를 통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변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 쌓기에도 주력했다. 리모델링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데다 한번 공사를 하고 나면 수년간 사용하게 된다. 아파트멘터리는 혹여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실내건축업 등록을 하고 100% 애프터서비스(AS)와 1년 워런티 시스템을 갖췄다.

아파트멘터리가 창업 후 처음으로 받았던 리모델링 의뢰는 좋은 자양분이 됐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자 당시 고객은 집 안 곳곳에 수정사항이 담긴 빨간색 포스트잇 100여 개를 붙여 놨다. 윤 대표도 예산 안에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신혼집을 리모델링했지만, 마감의 디테일이 아쉬웠던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윤 대표는 고민 끝에 업계 최초로 ‘마감확인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고객과 함께 어떤 부분에서 추가 보수가 필요한지 확인해 한 달 이내에 처리해주는 것이다.
○ “단순 리모델링 아닌 고객 경험에 집중”
윤 대표는 2017년 8월 투자은행(IB)업계에 있던 김준영 공동대표(37)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회사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아파트멘터리는 윤 대표와 김 대표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윤 대표는 마케팅과 기획 등을, 김 대표는 재무와 투자유치 등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아파트멘터리를 스타벅스에 비유한다. 스타벅스는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한편으로 고객 경험에 집중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서 비즈니스를 확장시켰다. 그는 “아파트멘터리도 쇼룸뿐 아니라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집 ‘고치기’에서 ‘꾸미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리빙 제품으로까지 비즈니스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게 스타트업이란: “빛나는 순간만 스타트업을 뜻하지 않는다. 계속 혁신하면서 오래 살아남아야 훗날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그 시기가 스타트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에게 스타트업이란: “고객 입장에서 뜯어고치고 개선해 변화를 만드는 회사.”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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