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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약은 왜 배달 안될까? 비대면 진료 앱으로 환자도 의사도 만족”

입력 2022-03-30 03:00업데이트 2022-03-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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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7〉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가 약 배달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닥터나우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는 소비자들은 모바일 처방전을 받아 원하는 장소로 약을 배달 받을 수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병원과 약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속출했다. 이런 의료 공백을 보완해준 게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다. 닥터나우는 2020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310만 명이 이용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깔아 증상을 선택하면 전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진료 후에는 모바일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25)는 한양대 의대를 휴학하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가 가졌던 질문은 “왜 약은 배달을 받을 수 없나”였다.

○ 고교 때부터 품었던 비대면 진료의 꿈
그가 “장지호라고 합니다”라며 허리를 깊게 구부려 인사했다. 앳된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도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했다. 국내 의료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인 원격의료 산업을 이끄는 그의 첫인상이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공유오피스 일부를 사용하는 닥터나우 사무실에서 장 대표의 자리는 일반 직원들 옆자리였다.

―비대면 진료를 생각한 계기는….

“대전이 고향인데, 고등학생 때 대전역 앞에 있는 노숙인 의료봉사센터에서 1000시간 동안 의료봉사를 하면서 의사의 역할을 지켜봤다. 그때 장애인 노숙인들에게 약을 배달하고 전화로 진료도 하다가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환자도, 의사도, 함께 봉사하는 약사도 만족하는 걸 봤다.”

―원격진료를 하려고 의대에 갔는가.

“몇몇 의대 면접을 볼 때 교수들이 ‘자네는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물었다. ‘원격진료를 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나중에 보니 원격진료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금기어였다(웃음). 대학 1학년 때부터 미국의 최대 원격진료 회사인 텔라닥과 스탠퍼드대 병원 등에 메일을 보내고 찾아갔다. 2015년부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일본에 가보고서는 ‘한국에도 곧 그 시장이 열린다’는 생각을 했다. 청강으로 코딩과 디자인을 배운 게 창업에 실질적 도움이 됐다.”

원격진료는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비대면 진료로 불리고 있다. 장 대표가 2019년 9월 닥터나우의 전신인 ‘닥터가이드’를 설립해 약 배달 서비스를 고민할 때만 해도 이 영역은 불법이었다. 1964년 개정된 약사법은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한시적 허용 이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인 건가.

“그렇다. 제 나이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된 법 규제가 발목을 잡던 중 2020년 3월 대구에 살던 누나가 전화를 걸어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데 약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창업 멤버들과 2주일 동안 밤을 새워서 ‘배달약국’ 앱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만든 지 24시간 만에 6000명이 앱을 설치하는 걸 보고 신기했다. 배달약국을 전국적으로 확장시킨 게 지금의 ‘닥터나우’다.”

○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장 대표는 2020년 12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시작하면서 이미 알려진 ‘배달약국’ 대신 ‘닥터나우’라는 명칭을 썼다. ‘의사를 지금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담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약사법은 개설 등록된 약국이 아니면 약국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의약계가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진(誤診)과 의료사고 등을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닥터나우 이용자들은 만족도가 높다. 저희 부모님은 혈압 약, 할머니는 당뇨 약을 배달받아 드신다. 직장인도 병원에 가려고 반차를 내지 않고도 만성질환 약을 받아볼 수 있다. 비대면 진료에서 의사가 더 자세히 증상을 물어봐 준다는 평가도 많다. 대형병원으로 쏠릴 것이란 당초 우려들과 달리 비대면 진료의 80%가 1차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병원 안 가고 약 안 먹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연 측면도 있다.”

―어떻게 제휴 병원과 약국을 모았나.

“닥터나우는 전국 700여 개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고 있다. 처음에는 의대 동아리 명부를 보고 선배 의사들을 찾아가 참여를 부탁했다. 약국은 ‘오늘은 광화문, 내일은 선릉역’ 이런 식으로 무작정 방문해 설명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투자해 준 게 큰 도움이 됐다(지금까지 투자액 120억 원). 이제는 비대면 진료 메타버스 사업도 시작하려 한다.”

―닥터나우는 진료과목이 아닌 증상별로 의사를 선택하도록 돼 있더라.

“진료과목은 공급자 중심 마인드라고 생각했다. 증상으로 해야 환자 중심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정부의 한시적 허용 방침 속에 지금 ‘시한부 인생’이다. 닥터나우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회 공동 회장 사이다. 장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원격의료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은 만들어야 한다.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바퀴를 굴려 굴러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수상= 의대 다닐 때 배운 디자인 실력으로 2019년 미국 IDEA 디자인어워드, 2021년 독일 iF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런 대회에 나가면 유능한 개발자를 만나 모실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고 한다. 실제 닥터나우의 ‘1호 개발자’를 수상자 모임에서 만났다.

#창업 후 좌절했던 순간= “단 한순간도 없다. 아직까지는 매일매일이 떨린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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