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령자 24시간 돌보는 임대주택 선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4일 11시 18분


코멘트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 제공
영구임대주택에서 경증치매를 앓는 부인과 함께 사는 80대 노인 B씨. 그는 요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러 혼자서 외출하는 일이 잦다. 부인을 돌보느라 문밖출입이 쉽지 않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비결은 ‘24시간 스마트 돌봄 서비스’에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24시간 △SOS(응급상황) 대기 △응급벨 대응 △외출시 위치 확인 △쌍방향 의사소통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일상생활 패턴 모니터링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B씨는 집을 비운 사이 부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SOS 서비스를 통해 위기상황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부인이 홀로 집을 나섰다면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부인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대처도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광주 쌍촌 영구임대주택에서 이런 내용의 ‘고령자 맞춤형 스마트 돌봄 시범사업’을 착수한다고 4일(오늘)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초고령화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에서 고령자 맞춤형 주거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국토부 김홍목 주거정책복지관은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자주거 돌봄 서비스모델을 만들어 앞으로 공급할 고령자복지주택과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기존 임대주택 등에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발등의 불이 된 초고령화 사회 진입
한국에서 고령화 문제는 이미 ‘발등의 불’이다. 통계청이 7월에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4%로 집계됐다. 100명 중 16명이 노인이라는 뜻이다. 1년 전(15.5%)보다는 0.9%포인트(p) 늘어난 수치이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6년쯤엔 국내 노인인구 비율은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급속한 변화에 대응한 고령자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은 시급한 국책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에 국토부와 LH는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임대주택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복지주택’ 제도를 2019년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을 통해 2025년까지 고령자 대상 공공임대주택 8만 채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1만 채는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65세 이상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서 손잡이, 높이조절 세면대 등의 무장애 특화시설을 갖췄다. 또 건설비의 80%를 국가가 지원한다.

●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24시간 돌봄 서비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이번에 선보이는 ‘24시간 스마트 돌봄 서비스’다. AI나 사물인터넷 등을 설치해 거동이 불편하고, 자칫 위급상황에 처하기 쉬운 고령자들을 24시간 밀착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매일 아침 일어나 체조를 한 뒤 아침식사를 즐기던 노인이 허리통증으로 오후가 다되도록 움직임이 없는 경우 생활패턴 모니터링으로 이를 감지하고 돌봄관리사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돌봄관리사는 가정을 방문해 문제를 확인한 뒤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병원으로 노인을 이송할 수 있다.

또 입주민의 기저질환을 기준으로 복약시간이나 돌봄 방문일정 등을 개인 맞춤형 음성안내도 해준다. 치매환자 등이 외출할 때에는 돌봄대상자의 동선과 위치를 파악한 뒤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관계기관이나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24시간 스마트 돌봄 서비스’는 새로 지어지는 고령자복지주택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영구임대주택 등에도 적용된다. 이번 시범사업이 실시되는 광주 쌍촌 영구임대주택도 지은 지 30년이 된 아파트이다. 시범사업은 국토부가 총괄적인 지원을 맡고, LH와 민간단체인 복지마을이 스마트기기 설치비, 광주서구청은 돌범서비스 운영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범사업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스마트 돌범서비스 모델을 만든 뒤 앞으로 공급할 고령자복지주택은 물론 기존에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 등에도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 고령자복지주택, 지역 내 노인주거복지의 중심지로
한편, 국토부는 공공실버주택으로 지어졌던 주택들을 고령자복지주택으로 바꾸고 지역 내 고령자주거복지의 거점시설로 활용하는 사업도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위치한 ‘영천 고령자복지주택’이다. 영구임대주택 150채가 들어선 이곳에서는 1080㎡ 규모의 복지시설을 활용해 입주자뿐만 아니라 지역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거·복지·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 시흥 은행동에 있는 ‘은계 고령자복지주택’은 단지 내 건강한 노인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가정을 방문해 말벗을 해주거나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노노케어(老老CARE)’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응과 효과는 모두 좋은 편이다.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노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높이고 있어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