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2세 경영’ 없어… 우수 샐러리맨에 CEO 자리 열어줄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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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이노베이터
대표이사 정년제 도입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신하면서 대표이사에 정년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너의 세습 경영을 하지 않는 대신 조직의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해 대표이사 정년제라는 독특한 카드를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사진)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이면 미래에셋 창립 25주년을 맞게 된다”며 “1997년 창업 때 30대였던 주역들이 물러날 시기에 즈음해 조직을 보다 젊게 가져가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한국 재벌들이 지속가능한 역사를 일궈갈 수 있었던 데는 2세, 3세, 4세로 경영권이 물려지면서 임원들의 활발한 세대교체도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재벌 경영의 공과를 분석하면서 좋은 점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슬하에 두 딸과 아들을 둔 박 회장은 세 자녀에게 미래에셋 지분은 넘겨주지만 자녀들이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향후 미래에셋 경영에 ‘2세 경영’은 없으며 그 대신 세 자녀는 확대이사회에 참석해 대주주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다만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한국 대기업에서 발견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며 “노쇠한 최고경영자가 전문경영인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자리를 고수해 조직의 역동성과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에 대해선 나이가 들면 자동으로 물러나도록 정년제를 회사 정관에 도입해 ‘대리인비용(agency cost)’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박 회장은 “삼성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활발한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을 보다 젊게 가져가 격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래에셋은 우수한 샐러리맨들이 경쟁을 뚫고 최고경영자가 되는 문호를 활짝 열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3년 전부터 그룹의 주요 대표이사들에게 자신을 대체할 만한 차세대 경영자를 3명가량 매년 말 추천해 핵심 인재풀에 넣어 차기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즈음 회사를 창업할 당시 65세가 되면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갖고 있었으며, 창업 멤버들과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1958년생인 박 회장은 만 63세로 수년 전부터 은퇴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의 대부분 국내 사업은 그룹 계열사 대표들에게 맡겨 시스템을 통해 움직이도록 하고 있으며 박 회장은 글로벌 투자전략 수립과 대규모 투자의사 결정에만 참여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100년 기업으로 존속, 발전하기 위해선 과감한 세대교체로 젊은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필요하며, 이 시기를 자신의 은퇴 시점 전후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미래에셋#박현주 회장#대표이사 정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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