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이자부담 3조1000억 증가… 빚투-영끌 대출자 발등에 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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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대출시장 후폭풍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창구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 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대출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창구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 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대출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 인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이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연 최고 4%를 넘어선 은행 대출 금리는 조만간 5%대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가계빚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고삐를 더 조이고 있어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 “금리 2%대 대출 사라질 것”

6월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금리 인상의 영향을 즉각 받는 변동금리 비중은 72.7%다. 이를 전체 가계대출(1705조 원)에 적용하면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0.25%포인트)만큼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1000억 원 늘어난다.

문제는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실제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들썩이면서 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월 3.46%에서 6월 3.75%로 6개월 새 약 0.3%포인트 올랐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9일 현재 연 2.96∼4.01%로, 지난해 7월 말보다 하단이 0.97%포인트나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62∼4.13%로 같은 기간 0.37%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액 자체가 크고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해 대출자들의 부담이 더 크다. 지난해 9억 원대 아파트를 사면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최대로 받은 직장인 박모 씨는 “매달 갚는 원리금 300만 원이 지금도 부담인데, 금리가 더 뛰면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금리 2%대 대출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내년엔 5%대 대출이 나올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5%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당국 규제까지 겹쳐 대출 이중고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도 강화돼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NH농협은행이 24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1억 원 이하, 연소득 이내’로 줄인 데 이어 하나은행도 27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축소한다.

금융당국은 다른 시중은행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얼마나, 어떻게 줄일 것인지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업계도 은행, 저축은행에 이어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날 은행 창구에는 금리 인상의 충격을 우려하는 대출자들의 상담 문의가 이어졌다.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대출액이 많은 고객을 중심으로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 대출 상품을 갈아타야 하는지를 묻는 전화가 하루 종일 왔다”고 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 수수료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 따른 대출 한도 축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면 금리가 다소 올라도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낫다”고 했다.

유상훈 신한은행 압구정센터 PB팀장은 “신용대출은 만기 연장 때 금리 변동 주기가 긴 12개월을 택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기준금리 인상#한국은행#이자부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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