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27조 투입했는데… 파산 저축銀 30곳, 부당거래액 12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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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심사에 한도 넘는 대출하곤 신청 기업으로부터 뒷돈 챙겨
올해 7월까지 회수 못한 돈 14조… 예보, 경영진 등에 3500억 손배訴

2012년 파산한 토마토저축은행(현 신한저축은행) A 전 회장은 은행이 망가지기 시작한 2010년 부실 기업인 B회사에 50억 원의 ‘뒷돈’을 받고 450억 원의 대출을 해줬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출은 결국 회수되지 못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다른 부실 대출까지 겹치며 파산해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됐다. 예금보험공사가 이 은행에 지급한 공적자금은 3조150억 원. 이 중 70.1%인 2조1139억 원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20일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보가 토마토저축은행 등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저축은행에 지원한 공적자금 규모는 총 27조3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7월 기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14조1800억 원(52.5%)이다.

절반 이상의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원금은 2026년까지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 이 기간에 회수하지 못하면 금융사들이 내는 예금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충당해야 할 수도 있다. 예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미회수 공적자금 처리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파산 저축은행들은 대출 신청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 심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저축은행법상 정해진 한도를 넘어서는 부당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 산하 ‘금융부실책임심의위원회’가 파악한 파산 저축은행 30곳이 2001년 이후 부당 대출 등의 부당 거래를 한 규모는 11조892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 거래액이 가장 많은 곳은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한 부산저축은행(2조6740억 원)이다. 이어 제일저축은행(1조5380억 원), 토마토저축은행(1조4950억 원), 부산2저축은행(1조1290억 원) 순이다. 부당 거래 항목별 규모는 심사 부실이 드러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약 3조577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규정 위반 대출은 3조3680억 원,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정 위반 대출은 1조5270억 원 등이었다.

예보는 이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총 3500억 원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재판에서 이겨 경영진 귀책에 따른 배상 책임이 결정된 금액은 1806억 원에 불과하다. 예보 관계자는 “피고인의 재산 상황이나 지급 가능 규모 등 소송의 실익을 고려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했다. 송재호 의원은 “금융당국과 예보는 저축은행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포함한 일체 비용을 확실히 회수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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