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인천공항 면세점…코로나 아닌 ‘온라인 구매 문화’가 문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3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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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T1 면세점 세 차례 유찰
코로나 사태보다 온라인 전환 핵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올해만 세 차례 무산되자 면세점 업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이 유찰된 원인은 표면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코로나 사태는 촉매제일 뿐 면세점 역시 여타 유통업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전환 추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13년 전체 매출 중 8%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34%가 됐다.

T1 면세점 사업권은 지난 2월과 9월, 그리고 이달까지 총 세 차례 유찰됐다. 세 번째 입찰 참가 신청 기간이었던 지난 12일까지 신청한 면세점은 대기업 한 곳과 중소중견기업 한 곳이었다.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13일에 사업 제안서나 가격 입찰서를 받아볼 필요도 없이 사실상 또 한 번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지난 2월 입찰 실패 후 인천공항공사(공사)는 임대료 조건을 수정했다. 기존에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 연동형 임대료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면세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따라서 여객 수요가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사업을 벌일 순 없다”고 했다.

사실 매출 연동형 임대료는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면세점 업계가 강력하게 원했던 것이었다. 공사가 업계 요구를 받아들였음에도 면세점들이 입찰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임대료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공항 면세점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본다.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이 전체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고,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초기엔 현재 상황 극복을 위한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코로나 이후를 고민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면세점 매출의 약 50%는 시내면세점에서 30%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나왔다. 나머지 20%가 공항 면세점 매출이었다. 코로나 사태는 전체 온라인 쇼핑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8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인 14조3883억원을 기록했다.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 비중은 28.6%로 지난해 같은 달 20.9%보다 약 8%포인트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여객 수요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공항 면세점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내실 다지기라는 게 결국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현재 국내 면세점 가장 큰 손인 따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이 주로 이용하는 면세점 채널이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이라는 것도 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관심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정상화되면 매출 연동 임대료에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그때는 또 수백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매출도 안 나오는 공항 매장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공사는 앞서 정상 수요 회복 전까지만 매출 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상 수요는 코로나 사태 영향이 없던 지난해 월별 여객 수요의 60% 이상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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