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냐 바이든이냐…美 대선, WTO 총장 선거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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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9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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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 2인이 겨루는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한 가운데, WTO 사무총장 선출 결과와 시기가 맞물리는 미국 대선 결과가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다자주의 질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유명희 본부장에게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WTO 사무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대사급 회의에서 유 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의 2차 라운드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WTO는 이달 19일부터 27일까지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합의)를 진행한 뒤 11월7일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WTO 최종 라운드 종료를 나흘 앞둔 11월3일 미국 대선이 실시된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결로 압축돼 선거전이 진행 중이다.

공교롭게도 미국은 현재 WTO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면서 다자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WTO 체제 자체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많은 나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WTO의 개혁과 다자주의의 회복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세계 최강의 지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지지가 없다면 자신이 공언한 ‘WTO 개혁’을 계획대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WTO 사무총장 최종 라운드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판가름 나는 미국 대선 결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 대선이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국가들의 경우 미국 대선 분위기에 따라 표심을 바꿀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바이든의 당선이 좀 더 유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다자주의 질서에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라며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다른 회원국들도 미국의 다자주의 복귀라는 기대감이 커질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중간자적 입장으로 안정적으로 끌어줄 수 있는 유 본부장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트럼프로 분위기가 쏠릴 경우에는 미국과 거리를 두는 쪽이 당장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송 변호사는 “트럼프가 이전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미국과 지나치게 가까워 보이는 것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대선이 WTO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이 상대적으로 다자주의에 우호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WTO 체제 복귀 등의 입장을 내비친 적은 없다”면서 “결국 회원국들의 입장에서는 후보 개개인이 얼마만큼 WTO 개혁을 위한 비전 제시를 하는지를 눈여겨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와 더불어 국가 차원의 외교력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유 본부장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입장에서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면서 “특히 일본이 적극적 반대에 나서는 상황을 막기 위한 수완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본부장과 WTO 사무총장 직을 놓고 맞붙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세계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한 오콘조-이웰라는 이번 선거에서는 사상 첫 아프리카 출신 WTO 사무총장이라는 명분 하에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유 본부장은 조만간 출국해 최종 라운드를 앞둔 마지막 선거전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도 범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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