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라더니…면세사업 특허권 반납 다음 타자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30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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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사업 지속해도 이익 구조 전환 어려워"
여의도라는 지리적 한계가 결국 발목
시장포화·중국발 제재에 중소·중견업체 고전

이예슬 기자 = 면세점 사업이 영업 3년만에 누적적자 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면세사업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2015년 사업권 취득 당시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보니 시장포화와 중국발 사드(THADD) 제재라는 외부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던 탓이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업계 선두주자들을 제외한 중소·중견면세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갤러리아의 사업 철수는 면세점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30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한화가 면세점 사업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업계에 파다했다. 유통을 본업으로 하는 그룹이 아닌데다 금한령(禁韓令)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이 뜸해지자 지리적 한계가 크게 부각됐다.

여의도 63빌딩에 자리를 잡은 갤러리아면세점63은 애초부터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하기엔 생뚱맞은 위치였다. 통상 서울시내 궁궐과 명동 일대 관광을 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면세점 쇼핑만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여의도를 가기에는 시간이며 동선이 맞지 않았다.

사드 보복이 겹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유커의 발길은 끊기고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代工)이 면세점의 큰 손이 되면서 대형 면세점들이 실적 신기록을 썼지만 갤러리아의 사정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따이궁은 서울 강북 지역에 가깝게 몰려있는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을 돌며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따이궁이 늘어 ‘바잉파워’가 커진 면세점들은 대규모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이들 면세점 앞에 줄을 서는 따이궁들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지속됐지만 갤러리아에는 남의 얘기였다.
다만 내년 말까지 특허기간이 남았고, 기왕 사업권을 얻었으니 한 번 정도는 연장심사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누가 먼저 이탈할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첫 타자가 되는 것이 부담스러우리란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비효율 사업을 접고 잘 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결단을 내렸다. 한화는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 구조 전환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말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지만 올 9월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먼저 시장을 빠져나가면서 다음 타자가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2015년 한화와 함께 사업 허가를 받은 신세계와 HDC신라는 자리를 잡은 반면 두타면세점과 SM면세점은 고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 뿌리를 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비유통그룹이 운영하는 면세점의 경우 오너의 의지나 지원도 적어 사업 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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