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희망이다]“불가능은 없다” 희망의 큰 목표 갖고 뛰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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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년 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초창기 멤버들이 읊던 10가지 ‘반도체인의 신조’다. 1983년 아무런 기반과 기술도 없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만든 10가지 행동다짐이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 기술은 시계, TV에 들어가는 단순한 기능의 칩을 생산하던 수준이라 메모리반도체에 도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그 시절 개발에 참여했던 한 직원이 ‘마치 자전거를 만드는 철공소에 초음속 항공기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수준의 무모한 주문이라 아무도 D램 개발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1983년 1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직원 6명을 기술 제휴를 한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으로 연수를 보내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히게 했다. 미국 출장팀은 현지의 텃세와 견제 속에서도 손 뼘과 발걸음으로 라인 크기를 재며 밤마다 모여 라인 설계도를 그렸다. 이런 노력 끝에 1983년 5월 경기 용인시 기흥 공장에서 개발을 시작했고 6개월 만인 그해 11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 내에서는 아직도 이 일화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라는 신조를 사업의 성취로 연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보통 재계에서는 1945년 광복 이후 한국 기업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한 세대를 평균 30년으로 잡았을 때, 올해로 경영활동을 시작한 지 만 71년이 되는 한국 기업들의 3세대가 막 열렸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지난 3세대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리고 또 앞으로 성장해 나갈 잠재력의 밑바탕에는 모두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 있다는 것이다. 

  ‘항상 생각하고 연구하라’는 반도체인의 신조를 따라 1974년 반도체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한 삼성전자는 이후 부단한 R&D 투자를 거듭해 1992년 세계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랐다. 그 뒤로 반도체 분야의 성공 DNA는 타 사업 분야에도 전수돼 제품 개발과 생산기술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궁극의 스마트카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첫 자율주행차로 ‘투싼ix 자율주행차’를 데모카 형태로 선보인 이래 이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오고 있다. 양산화 기술들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자동차 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고도자율주행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며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과도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 역시 현재까지 지속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R&D 강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SK는 ‘신개념 R&D’를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술력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SK의 ‘신개념 R&D’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사업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SK그룹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 같은 SK의 ‘신개념 R&D’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LG그룹도 과감하고 선제적인 R&D 투자를 집행해 미래성장을 위한 초석을 더욱 공고히 하고, 제품 경쟁력을 확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LG는 R&D에만 4조3000억 원을 투자한 2011년 이후 연평균 5000억 원 이상 꾸준히 R&D 투자를 늘려왔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조 3000억 원을 투자했다.

 LG그룹 측은 “올해도 중국경기 침체, 유가 하락 등 전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경영 환경이 예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R&D 투자는 줄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는 미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하게 될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첨단 R&D 기지인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도 건설 중이다. 이곳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10개 계열사의 R&D 연구원들이 상주하며 융복합 시너지 연구를 중점 수행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r&d#삼성전자#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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