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대기업 규제’ 개선도 대통령이 말해야 움직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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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필요를 강조한 뒤 당국이 지정 기준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기준을 7조∼10조 원으로 높이거나 30대 그룹으로 순위를 정해 끊는 방안,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산업의 규제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산 기준 상향은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 시행령만 고쳐도 가능하지만 다른 개편은 법률 개정이 필요해 야당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순간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지 등 20개 법률에 걸쳐 최대 70여 개의 새 규제로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족쇄가 채워진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다음카카오는 이달 초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은행 의결권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막은 규제 때문에 인터넷은행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중견기업들이 자산 5조 원을 넘지 않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거나 아예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드는 주요 원인이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2009년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변경된 뒤 8년째 달라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한국 경제의 질적 양적 성장에 따른 지정 기준 상향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대기업 봐주기’ 논란을 의식해 몸을 사렸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다른 나라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로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자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어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사안까지도 대통령이 말해야 움직이는 뒷북 행정과 관료주의 행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궁극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법률 개정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것을 돕지는 못할망정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회만 쳐다보면서 허송세월할 수는 없는 만큼 그 전에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정 기준을 10조 원 정도로 높이는 방안부터 적극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공정거래위원회#대기업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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