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어치 약 팔고 연구비는 달랑 백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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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약사 R&D투자 인색

국내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글로벌 업체의 투자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3월 신약 개발업체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시행하는 등 R&D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직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동아일보가 국내 10대 제약회사(매출액 기준)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10.8%로 집계됐다.

R&D 비중과 규모 모두에서 수위에 오른 회사는 매출액(5820억 원)의 26.2%인 1525억 원을 투자한 한미약품이었다. 한미약품은 최근 수년간 R&D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그 결과 지난달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와 국내 제약업체로서는 최대 규모인 7800억 원 상당의 신약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생명과학(19.5%), 종근당(13.7%), 대웅제약(12.3%) 등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렇지만 국내 10대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중은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비교할 때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2월 펴낸 전 세계 주요 기업의 R&D 비용(2013년 기준) 분석 자료를 보면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10대 제약회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14.5%에 이른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는 매출액의 17.1%인 71억7400만 유로(약 8조3218억 원)를 R&D에 썼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일라이릴리도 매출액의 23.9%인 40억1100만 유로(약 4조6528억 원)를 R&D에 투자했다.

게다가 국내 상위 업체 중 일부는 매출의 5%에도 못 미치는 비용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521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의 1.1%인 59억 원만 R&D에 투자했다. 제일약품도 매출(5127억 원)의 3.3%인 168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이들과 비슷한 규모의 매출(5441억 원)을 기록한 종근당이 747억 원을 쓴 것과 대비된다.

특히 광동제약은 정부로부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돼 세금 감면 및 약값 우대, 연구개발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R&D 비중은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음료 사업 등을 제외하면) 제약 분야에서 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도 있는 등 제약 분야 R&D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R&D 비중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 3월부터 시행된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오리지널 약을 만든 회사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복제약(제네릭)을 먼저 개발해 오리지널 약 제조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이긴 업체에도 독점 판매권 등의 혜택을 준다. 그만큼 R&D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4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2013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평균 7.2%에 그친다. EU가 집계한 세계 1000대 기업에 포함된 제약회사 294곳 평균치(14.4%·2014년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커뮤니케이션실장은 “국내 업체들이 좋은 약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R&D는 국내 제약회사의 생존을 가늠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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