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무게 견디는 배터리… BMW도 인정한 안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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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울산공장 가보니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전기차용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전기차용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지난달 20일 찾은 경남 울산 울주군 반구대로 삼성SDI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 공장.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10분가량 걸어가면 마치 방공호처럼 설계된 특이한 건물이 나온다. 외벽 두께가 60cm가 넘고, 두께가 30cm인 육중한 철문이 달려 있었다. 배터리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한 ‘안전성 평가동’으로 진동, 전복, 낙하 등 극한의 조건을 조성해 테스트한다. 이날도 1t의 무게로 충전 중인 배터리를 누르는 ‘압력 시험’과 뾰족한 철로 찌르는 ‘관통 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평가동을 안내한 최우성 삼성SDI 책임은 “휴대전화용 소형 배터리가 잘못돼 폭발하면 화상을 입는 수준이지만 자동차용 대형 배터리는 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다”며 “한 치의 위험도 남겨두지 않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 진출 1년 만에 BMW와 10년 계약


삼성SDI 울산공장은 1968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헬기를 타고 직접 지형과 풍수를 살핀 끝에 결정한 삼성그룹 전자사업의 시발점이다. 1970년부터 브라운관 생산을 시작해 세계 1등 신화를 쓴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브라운관은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 2007년 울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하면 공장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수 있는 위기였다.

치열한 고민 끝에 ‘소형 배터리의 기술과 브라운관 제조 경쟁력을 모으면 대형 배터리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삼성SDI는 휴대전화용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며 시장 선두였던 일본 산요를 거의 따라잡은 상태였다. 반면 전기차용 대형 배터리 시장은 LG화학,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이 10여 년이나 먼저 진출해 있었다.

하지만 삼성SDI는 시장 진출 1년 만인 2009년 8월 BMW와 10년간 장기공급 계약을 맺는 파란을 일으켰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신뢰도에 걸맞게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장 우려하던 안전성을 특히 강화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는 알루미늄 케이스에 배터리 소재가 들어간 ‘캔(Can)’ 타입으로 진동과 충격 등 외부 자극에 강하다. 2011년 지은 평가동은 고객사들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3년 만에 판매량 25배 증가

현재 울산공장에는 총 3개의 중대형 배터리 생산 라인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배터리는 비교적 단순한 공정을 거치지만 안전성과 균일한 성능을 확보하려면 치밀한 공정 설계가 요구된다. 조대형 삼성SDI 울산사업장장(전무)은 “장비 국산화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최대한 안전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일본 B3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출력 기준)은 2012년 43MWh(메가와트시)에서 올해 1084M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삼성SDI 배터리가 시간당 내는 출력의 총합이 25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BMW 외에 독일 폴크스바겐, 인도 마힌드라 앤드 마힌드라, 미국 포드 등도 삼성SDI의 고객이다. 조 전무는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차량의 전기차 전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60Ah(Ah는 배터리 용량 단위)와 똑같은 크기의 캔에 90Ah가 넘는 용량을 담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울산=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배터리#BMW#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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