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GHz 잡아라” 스마트폰 주파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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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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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社 “통화량-데이터 폭증… 포화상태 심각”
4월 2.1GHz 대역 경매 예상… 눈치경쟁 치열


SK텔레콤은 뻥 뚫린 ‘6차로 도로’, 경쟁사인 KT는 꽉 막힌 ‘4차로 도로’.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인 KT와 비교해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광고다. 이 넓고 좁은 차로는 휴대전화의 음성과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주파수 대역폭에 대한 비유였다. 대역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통신서비스의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현재 스마트폰 서비스에서 KT보다 1.5배 넓은 60MHz(메가헤르츠)의 주파수 대역폭을 갖고 있다. 반면 KT는 40MHz 폭만 갖고 있다. 3세대(3G) 이동통신에 쓰이는 2.1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얘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4월 이 대역에 대한 20MHz 폭의 주파수 경매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자 최근 통신업계에선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4차로 도로’로 조롱당했던 KT가 먼저 이 대역폭을 차지하겠다며 칼을 뽑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그렇게 놔둘 수 없다며 ‘주파수 전쟁’에 나설 태세다.
지난해 11월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이 일부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방통위는 주파수를 통신사업자에 경매로 판매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전파는 사업자의 사업계획을 정부가 심사해 통과된 사업자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분배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간사업자 사이의 경매를 유도해 높은 값을 써낸 사업자에 할당하게 된다.

국내 첫 주파수 경매가 예상되는 대역이 바로 2.1GHz 대역이다. 이 대역은 현재 SK텔레콤과 KT가 각각 ‘갤럭시S’나 ‘아이폰’과 같은 인기 스마트폰 통신서비스용 3G 통신에 할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 대역 주파수가 굉장히 귀중한 자원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도 쉽게 경매의 방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방법, 담합에 의한 지나친 저가 입찰을 막는 방법, 사업자 사이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세부안이 필요하지만 안건 하나하나가 사업자의 희비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파정책을 관리하는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제를 실시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개별 통신사 모두 신규 주파수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어 첫 경매를 잡음을 줄이고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과제”라고 털어놓았다.

○ 통신사의 자기 부정


특이한 건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그동안 스스로 주장해 온 논리조차 뒤집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뛰어난 무선 통신망을 자랑해 왔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제일 먼저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3분기(7∼9월)에는 주파수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스마트폰 통화량이 급증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유선 초고속인터넷이 강한 KT는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로 데이터 폭증 시대를 철저히 준비했다”며 자랑해 왔지만 최근에는 “현재의 40MHz 대역폭으로는 이미 스마트폰 가입자의 통화량을 감당하기 힘들어 통화 끊김, 인터넷 속도 저하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폭증에 대비했다면서 정작 신규 주파수가 없으면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도 힘들다는 모순이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세계 대부분의 통신사가 사용하는 2.1GHz 대역을 LG유플러스만 쓰지 못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경매에 오를 신규 주파수는 LG유플러스가 LG텔레콤 시절인 2006년 “사업성이 없다”며 반납했던 주파수란 점이다. 당시만 해도 LG유플러스는 지금과 같은 주파수 부족 현상을 예측하지 못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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