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회사 10년생활 접고 무점포 창업 ‘에코미스트’ 양재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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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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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향기있는 남자야”

[경험서 착안]
의류매장 새옷 냄새 거부감
“그래, 香이다” 시장조사 나서
[향기 세분화]
캐주얼 매장엔 상큼한 향기
식당엔 식욕자극 오렌지향

《평소 거래처 의류매장에서 풍겨오는 새 옷 냄새가 싫었다는 양재수 씨(47).
그는 의류 원단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후 의류매장과 음식점 등에 ‘향기’를 팔러 다닌다.
40·50대 중년 여성 의류 매장에는 고혹적인 향기를, 20·30대 여성 캐주얼 매장에는 시원하고 상큼한 향기를 판다. 음식점에는 식욕을 돋우는 오렌지 향, 복숭아 향을 팔고 사무실에는 상쾌한 피톤치드 향을 판다.
양 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왜 좀 더 빨리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 적다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해선 안돼
어떤 업종이든 최소 1년은 고생할 각오하고 시작해야”


원단 관리 회사에 근무하던 양재수 씨는 퇴직 후 ‘향기마케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프랜차이즈 ‘에코미스트’를 통해 무점포 창업한 그는 의류 매장별로 타깃 고객을 고려해 맞춤 향을 고른 후 매장 안을 향기로 채워주는 일을 한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원단 관리 회사에 근무하던 양재수 씨는 퇴직 후 ‘향기마케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프랜차이즈 ‘에코미스트’를 통해 무점포 창업한 그는 의류 매장별로 타깃 고객을 고려해 맞춤 향을 고른 후 매장 안을 향기로 채워주는 일을 한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 ‘냄새가 손님 내친다’는 경험에 착안

양 씨는 1996년 33세에 중소 섬유관련 회사에 입사해 원단·샘플 검수, 구매 및 관리 영업을 했다. 늦게 취직한 회사였는데 10년이 못 돼 퇴직 고민을 하게 됐다. 중국으로 주문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원단 시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재취업도 생각해 봤지만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사람을 뽑는 곳이 없었다. 적지 않은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고민이 깊어지면서 틈나는 대로 창업박람회나 창업설명회를 찾았다. 그러던 중 천연향으로 실내 환경을 관리하는 ‘에코미스트’ 프랜차이즈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천연 살충제와 탈취제, 방향제를 이용해 실내에 밴 냄새나 곰팡이, 벌레 등을 없애고 향기를 채워 넣는 사업이다. 양 씨는 거래처 의류매장을 다닐 때 나던 새 옷 냄새가 퍼뜩 떠올랐다. 에코미스트 사업은 주로 호텔, 일반 사무실을 대상으로 하지만, 양 씨에게는 의류 매장에도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보였다. 가맹본부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 접목이 가능한지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뉴질랜드에 있는 에코미스트 본사를 방문해 제품 라인업도 살펴보고, 생산 공장도 견학했다.

○ ‘가상의 고객’ 앞에 세우고 영업 연습

2006년 6월 창업 준비를 마치는 동시에 회사에서 퇴직했다. 1인 창업이라 직원도 없고 무점포로 집에 장비를 구비해 일을 하니 창업자금이 10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950만 원으로 120여 가지에 이르는 향 제품을 사고, 나머지 50만 원은 팸플릿 등을 만드는 데 썼다. 제품과 장비의 부피가 크지 않아 타고 다니던 차량에 충분히 실을 수 있었다.

첫 영업은 쉽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은 아예 상대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퇴직 전까지 내근만 하던 그에게 영업은 낯설었다. 가상의 고객을 앞에 설정해두고 물건을 파는 연습을 했다.

효과적인 향기 마케팅을 위해 맞춤향을 세분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여성복은 연령별로 나누고 남성복은 정장과 캐주얼 매장으로 구분했다. 가맹 본사에서 제공하는 120여 가지 향을 토대로 최적의 맞춤향을 조합했다. 매장에 향기를 분사해 주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매장에는 한 달간 무료 서비스를 했다. 열흘씩 세 가지 향을 번갈아 실험하며 고객 반응이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내기도 했다.

생활비 벌기도 빠듯했던 7개월이 지나자 효과를 본 매장들이 하나 둘 고정 거래처가 되기 시작했다.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브랜드 의류매장의 경우 한 곳에서 효과를 보면 인근 다른 매장은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연락이 왔다.

○ ‘내성적 성격으로 영업 못해’ 말 안 돼

향기분사기는 보통 한 달을 주기로 리필을 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반 향 기준으로 1회 리필 비용은 2만 원 선. 점포 규모가 큰 의류매장은 분사기가 15개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1개 매장에서 한 달 3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 매출의 절반은 이익으로 남는다. 의류 매장, 음식점, 사무실 등 50여 곳의 거래처를 관리하는 지금 한 달 평균 1200만∼1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하루 업무는 보통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면 끝난다. 고정 거래처를 대상으로 일하는 시간은 한 달에 보름 정도. 나머지 시간은 영업 자료를 만들고 신규 거래처를 뚫는 데 할애한다. 양 씨는 “처음 거래처를 뚫을 때는 힘들지만 안정적인 거래처가 생기면 이후 관리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비해 오히려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창업 전 품었던 막연한 두려움은 창업 후 “이 사업을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그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지금쯤 내가 직접 제조한 향도 가지고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버틸 수 있을까만 궁리했었는데 결국 시간 낭비였단다. 양 씨는 “앞으로 건강을 지켜주는 향기,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향기를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양재수 씨 성공요인은
실속형 감성아이템으로 실패 리스크 최소화

양재수 씨의 성공요인 중 첫째는 자신의 직장 경력을 적절히 잘 접목했다는 것이다. 향기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품이나 매장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향기가 좋다고 아무 향기나 뿌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충동을 자극할 수 있는 향기를 사용해야 한다. 직장 경력을 활용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인 의류 매장을 주된 영업 대상으로 정했다. 또 각 매장에 가장 적합한 향기를 찾아내고 개발했다.

체면이나 허례에 치우치지 않고 실속형 소자본 아이템을 선택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창업이란 돈을 많이 들인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투자하면 장사가 조금만 안 돼도 금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금 범위 안에 있는 업종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 씨의 경우 1000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무점포 사업을 선택해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사업 전망이 밝은 유망 아이템을 선택했다는 점도 성공요인이다. 향기마케팅은 의류 매장은 물론이고 화장품 매장, 제과점, 백화점, 가구점, 병원, 영화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감성마케팅’이 확산되면서 향기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한 ‘향기연구소’에 따르면 고객들의 매장 체류시간과 향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고객들이 향기 나는 매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향기가 없는 곳에 있는 시간보다 약 30분 길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독립창업 대신 프랜차이즈 가맹으로 창업에 나선 것도 적절했다. 양 씨가 선택한 향기마케팅 사업의 경우 100가지가 넘는 향기를 개인이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맹본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가맹본사의 지원 및 관리를 통해 조기 사업 안정이나 수익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맹본부의 성공 노하우를 그대로 가맹점에 전수하기 때문에 창업 실패율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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