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무산때 은행권이 공동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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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자금난땐 은행부실 우려
채권단, 풋백옵션 해소 추진

은행권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할 것에 대비해 금호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가운데 절반가량을 사들여 공동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로 금호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 금호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대우건설은 2003년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바뀐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 여신 책임자들은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서 회의를 열어 ‘대우건설 매각 무산 시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최근 대우건설 지분 인수조건을 담은 ‘풋백옵션 해소방안’을 마련했다.

회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문제로 금호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 금호에 18조 원을 빌려준 채권단도 함께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금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32.5%)의 절반 이상을 낮은 가격대로 넘겨받는 대신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해 매물로 나오는 주식(39.6%)을 주당 1만3000∼1만4000원에 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 예정대로 행사되면 금호그룹이 2조5000억 원 안팎의 손실을 입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의 자본이 잠식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은 풋백옵션이 행사된 주식을 약속한 가격보다 싸게 사들이는 대신에 새로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추가로 지급하고 나중에 대우건설 주가가 더 오를 때 차액을 돌려주면 당초 금호그룹이 약속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지금의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으로 바뀐다. 금호는 대우건설 주식의 상당수를 채권단에 넘김에 따라 적지 않은 투자손실을 보지만 풋백옵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풋백(Put back)옵션:


주식을 비롯한 특정 금융자산을 서로 계약한 기일과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금호그룹은 2006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대우건설 주가가 1만2450원(11일 기준)인 상태에서 이 옵션이 모두 행사되면 금호는 4조 원가량을 들여 주식을 되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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