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관심”… 4파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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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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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산은-농협 이어 ‘러브콜’
내년 금융계 지각변동 올수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일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잇달아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 회장까지 외환은행에 ‘러브 콜’을 보낸 것이다.

내년 상반기 은행 인수합병(M&A)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계 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로서는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 셈이다.

○ 몸값 높아지는 외환은행


김 회장은 20일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M&A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여기에는 외환은행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 인수 자금 조달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까지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와 합병을 추진해 외형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번에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3개 은행 지주회사가 동시에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외환은행의 매력 포인트는 외환업무와 기업금융 분야에 강점이 있는 데다 부실채권이 비교적 적다는 점. 인수자로서는 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울 뿐 아니라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준비 중인 대형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개인고객 대상의 소매금융에 강한 시중은행들이 외환, 기업 분야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하려면 외환은행이 가장 효과적인 인수 대상”이라고 말했다.

○ 복잡해지는 M&A 시나리오

현재 수신기반 확대나 사업구조 재편을 이유로 외환은행에 관심을 두는 금융회사는 KB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 등 4곳이다.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 측이 지난달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 지분(51.02%)을 6개월에서 1년 안에 매각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국내 금융계는 내년에 외환은행 인수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누가 인수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KB금융, 산은금융 등은 각각 다른 이유를 대며 외환은행을 인수해야 하는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고 제3의 투자자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매각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국내 은행들의 과열경쟁으로 론스타가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두면 ‘먹튀’ 논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서둘러 2, 3개의 초대형 은행 체제를 구축한 뒤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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