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전망대]하반기 기업 성적표, 質로 승부해야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이 거둔 경영성적에 대해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외국의 초일류 기업들이 큰 폭의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위기 이전인 지난해 2분기 실적을 추월하거나 근접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국이 100년 만이라는 세계 경제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실적이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좀 신중해진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2분기 수출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한 환율이 하반기엔 하락세(원화 가치 강세)로 전환하면서 더는 군불에 불씨 지피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기업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2분기 실적에 대한 내부 평가는 ‘생각보다 잘했다’는 것이지, 실적 좋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LG전자도 “지난해 12월부터 ‘워 룸’을 만들어 비용 절감 일정과 환율 추이를 살피고 있다”며 “특히 수출물량이 많기 때문에 최근 환율 하락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 6603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LG화학 관계자는 “3분기에도 이런 실적이 나올지 걱정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출 비중이 75∼80% 수준인 현대자동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 원의 매출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세계 경제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이만한 실적을 낸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일부 기업에서 매출이 늘지 않았는데도 이익을 많이 낸 데는, 상반기 경비 절감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몇몇 경제분석가는 2분기 실적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외형이 커지면서 이익이 늘거나, 신기술 개발로 비용절감과 이익증가가 함께 나타나야 제대로 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현장에서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반기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전반적으로 긴축경영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R&D) 및 디자인 분야, 신시장 개척 등에는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다. 또 원가절감 방안도 주로 납품단가 인하에 매달리다 구매 연구개발 생산 판매 등 전 과정의 시스템 혁신으로 찾는 등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7일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상승세를 멈추고 15개월 만에 소폭이지만(―0.1%)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다면 하반기 우리 기업에 이만한 호재가 없을 것 같다. 다른 나라 초일류 기업과의 정면승부도 기대된다. 2분기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적에 대해 혹자는 ‘눈물겨운 실적’이라고 했다. 하반기에는 본질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이 결실을 보여 깜짝 실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강운 산업부 차장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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