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 은행 그만두고 토스트 전문점 낸 김준영 씨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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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전영한 기자
10평 남짓한 작은 매장.

토스트를 파는 가게지만 바와 테이블이 설치된 아기자기한 모양새가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부근에 생긴 토스트 전문점 ‘토스피아’다.

토스피아를 운영하고 있는 김준영(40·사진) 사장은 “아무리 1500원짜리 토스트라지만 손님에게 거리에서 서서 드시라고 할 수는 없어 매장을 카페처럼 꾸몄다”며 “이러다 보니 매장의 음료수 판매로 얻는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월 매출은 2000만 원 정도. 대학생들이 줄을 서서 토스트를 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색다른 맛의 토스트와 카페같이 예쁜 매장이 인기 비결이다.

김 사장은 오징어삼겹살볶음, 치킨 크로켓, 불고기 등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토스트와는 다른 메뉴의 토스트를 만들어 판다. 특히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담백하게 구운 뒤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빵의 가장자리를 눌러 주는 토스트 기계는 김 사장이 특허를 낸 발명품이다.

“이 기계를 개발하는 데 2년 가까운 시간과 3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쉽게 여겼는데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김 사장은 대기업과 은행을 거친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출신이다. 대기업 회계담당자에서 은행 경영지원팀장으로 스카우트된 그는 ‘한창 잘나가던 때’인 2004년 5월 대책 없이 사표를 냈다. 부하 직원들과의 몇 가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스스로 책임진다는 자세로 사표를 썼던 것. 김 사장은 “회사에서 사표를 안 받아줄 줄 알았는데 받더라”며 웃었다.

주변에서는 고액 연봉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데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지만 김 사장은 “내 말에 책임을 지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구상하기 위해 일본 여행을 갔다가 백화점 가전 매장에서 전기 프레스로 토스트를 굽는 가정용 기계를 발견했다. 이 기계를 상업용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와 기계 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생전 처음해 보는 발명이 쉬울 리 없었다. 기계 제작사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개발을 의뢰했지만 여간해서는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은행에 다니며 살림을 도맡은 아내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집까지 팔아 개발비로 쏟아 부은 끝에 2006년 초 기계를 완성했다.

이 기계를 발판으로 창업에 들어갔다. 창업에 앞서 음식점 종업원으로 몇 달 동안 일하며 현장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점포 보증금 8000만 원과 권리금 42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2500만 원을 들여 자신만의 가게를 꾸몄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담백하고 독특한 토스트는 대학가에서 화제가 됐다. 소문이 나자 그의 기계를 구입하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몇 명은 이미 그가 개발한 기계로 창업하기도 했다.

가게 운영이 안정권에 들었지만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아내에게 집을 다시 사주려면 아직 멀었다”며 “내친김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워 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성공 비결

타점포 모방 않고 차별화로 승부

소규모 사업자들이 쉽게 창업하고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남들이 갖지 못한 경쟁 우위 요소를 갖추는 게 장수 비결이다. 김준영 사장은 기존의 토스트 가게를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기계를 개발하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또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음식점에서 일하면서 현장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도 가졌다. 한국적인 메뉴와 깔끔한 매장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이 경 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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