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도 풍부하게 잘 올라오죠. 제 구강 구조와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끽연(喫煙) 만족감이란 게 있다고나 할까요?”
KT&G 대덕 중앙연구소 김영호(50·사진) 박사는 한 개비의 담배를 두고 100가지 형용사로 말한다.
그의 일은 시장에 내놓기 직전의 담배 맛을 테스트하는 것. 충남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20년 전 입사한 김 박사는 5년 전부터 연구소 분석센터 팀장을 맡았다.
“주로 시장에서 타깃으로 하는 맛과 실제 제품의 맛을 비교하는 일이죠. 목표치에 미달된 경우 21번을 돌려보낸 적도 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티타임 때마다 스스로 ‘훈련’을 한다. 눈을 감고 피우는 담배의 종류를 알아맞히는 것. 지금은 코끝에 연기만 스쳐도 시중에 팔리는 웬만한 담배 종류는 금세 알아낼 정도로 ‘담배 도사’다. 담뱃잎의 어느 부분을 썼는지, 국산 잎인지 터키산(産) 잎인지, 또 국산이라면 잎을 딴 곳이 전라도인지 강원도인지까지도 구별한다. 지금까지 담배에 대해 쓴 논문만 25편. 특허도 8개나 보유하고 있다.
그는 담배 맛에 관해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군납(軍納) 담배는 왠지 ‘좀 싸게, 대충 만들지 않을까’, ‘정력 감퇴 성분을 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죠. 하지만 일반 담배와 다른 것은 포장 부분밖에 없습니다.”
온갖 종류의 담배는 다 피워봤지만 정작 본인의 흡연량은 건강을 생각해 하루 한 갑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이왕 피우는 담배를 더 맛있고 자극성 없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물이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건강하게 흡연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대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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