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과 선물]현장에서/온라인 장터의 함정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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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하프플라자 사건’은 창업자들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반값에 판다’는 하프플라자는 한 동안 정상 영업을 하며 입소문을 낸 뒤 소비자 9만6000명으로부터 총 310억 원을 입금 받았다. 그러나 상품은 배송하지 않았다.

하프플라자 사건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인터넷쇼핑은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의 위기 탈출구였다.

웹사이트 관리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으며 누구나 며칠 만에 온라인 상에 가게를 낼 수 있었다. 자신만의 브랜드와 ‘www.OOO.com’ 과 같은 인터넷 주소를 만들고, 인터넷 결제 기능까지 추가하면 중소기업의 사장이 된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관련 산업도 커졌다. 개인 쇼핑몰 창업 열풍과 더불어 웹에이전시, 결제 대행, 쇼핑몰 구축, 호스팅 업체들이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하프플라자 때문에 한 번 깨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처음 들어보는 쇼핑몰에서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지 않았다.

개인 쇼핑몰이 사실상 붕괴한 상황에서 시장은 다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안전 거래를 보증해 주는 e마켓플레이스(온라인 장터) 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물건값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자에게 물품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돈을 전달해 주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옥션 GS이스토어 G마켓 등 e마켓플레이스의 시장 규모가 2008년에는 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e마켓플레이스에도 하나 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상품 평을 임의로 지우거나 내용을 조작하고, 긍정적인 상품 평을 쓰는 사람에게는 적립금을 올려 준다는 것이다. 낯 뜨거운 성인용품을 버젓이 진열하는가 하면 잭나이프 가스총 등 무기류 거래도 활발하다. 하루 5만 건씩 물건이 새로 등록되는 곳이 e마켓플레이스다. 업체 스스로 신뢰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업형 하프플라자’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나성엽 경제부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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