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지 첫 한국인 여성파트너 김용아씨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코멘트
권주훈 기자
권주훈 기자
《30대 초반의 한국 여성이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사(社)의 파트너가 됐다. 주인공은 서른두 살의 김용아 씨. 부사장급에 해당하는 파트너는 업무수행 능력뿐 아니라 리더십과 도전정신이 뛰어난 컨설턴트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다. 79년 역사를 자랑하는 매킨지에서 한국인 여성 파트너 탄생은 처음이다.》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매킨지 서울사무소에서 김 씨를 만났다.

당차고 씩씩한 미혼 여성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에 두 살 난 아이의 엄마였다. 매킨지 서울사무소 10명의 파트너 중 가장 젊은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왔다.

○“못 미더운 시선, 실력으로 믿음 줬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1996년 매킨지 서울사무소에 입사했다. 이어 199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뒤 2001년부터 다시 근무하고 있다.

입사 당시인 1996년만 해도 여성 컨설턴트가 드물던 시절이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맡아 팀원들과 고객사를 방문했죠. 외국계 기업이었는데 저를 통역사로 생각하더라고요. 컨설턴트라고 소개했을 때의 놀라던 모습이란…. 실력으로 믿음을 주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김 씨는 한 대학병원을 담당하며 수술, 외래진료 등에서 환자 중심의 운영시스템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이 병원은 진료 및 수술 건수가 늘어나고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줄었다. 매출도 20%나 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2년 당시 매킨지 서울사무소에서 의료 분야는 미개척 분야였다. 김 씨는 회사 내에 의료 분야를 연구하는 팀을 만들어 2003년 ‘한국의료개혁 2010’이라는 책을 펴냈다.

○“사회에도 도움 되는 일 하고 싶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고객사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이루어졌다.

매킨지는 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100%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컨설턴트는 논리적인 말은 잘하지만 고객사가 개선안을 실행할 수 있도록 가슴으로 설득하는 기술은 부족한 것 같았어요. 유능한 컨설턴트를 인터뷰해 그들이 지닌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입사 연차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을 담은 ‘트레이닝 캘린더’도 만들었다.

김 씨는 술자리나 골프 대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든다. 상대방의 관심 분야를 파악해 뒀다가 관련 서적을 보내기도 하고,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격의 없이 나눈다.

“MBA에 진학하기 위해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지, 대학에 진학할 때 어떤 걸 고려했는지 교육 문제를 묻는 분이 많아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다 보면 아주 가까워지죠.”

김 씨의 남편은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인 두산중공업 이동훈 상무다.

“고객사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의료 분야에 특히 매력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죠. 먼 미래에는 대학 강단에 서서 제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