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먹고싶다]식품수입 평택-감천항 르포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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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꽃게 2000여 t을 수입했지만 검사에서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포장을 뜯었을 때 상한 냄새만 나지 않으면 검사를 통과하죠.”(수입업자 K 씨)

25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 국내 수입 수산물의 40%가 들어오는 이곳에서는 수산물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대형 냉동 창고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J냉동 창고 안에서는 국립수산물검역원 검사관이 산더미처럼 쌓인 박스 앞에서 금속탐지기로 납 검사를 하는 중이었다. 이날 그가 검사해야 할 물량은 중국산 참조기 1만8400박스. 검사관 K 씨는 “검사관 1명이 그 많은 수산물 가운데 불량품을 걸러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입 김치의 52%가 들어오는 경기 평택항. 이날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평택수입식품검사소가 검사하고 시료를 채취해야 할 김치는 모두 2만1000박스였다. 그러나 경기 남부 8곳에 흩어진 보세창고를 돌며 검사를 하는 직원은 단 1명이다.

세계 109개국에서 연간 19만7000건, 1145만 t의 식품을 수입하는 한국의 현주소가 이렇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부의 안전관리는 제자리걸음이다.

국립수산물검역원 부산지원은 1996년보다 검사 건수가 8배로 늘었지만 인력은 53명에서 44명으로 되레 줄었다. 4명이 근무하는 평택수입식품검사소는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1년이 넘도록 직제에도 없는 임시조직으로 운영 중이다.

검사기준도 늘 ‘사후약방문’ 식이다. 평택수입식품검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김치 검사는 냄새와 형태를 보는 검사와 방부제, 색소 검사 등 3개 항목만 실시했기 때문에 수입 김치에 부적합 판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묘해지는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도 허술하다.

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일했던 L 씨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산물이 원산지로 반송된 뒤 재포장해 수입된 사례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평택=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부산=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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