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웃고’ 설비투자 ‘울고’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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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자동차, 에어컨 등 내구성 제품이 많이 팔리면서 7월 소비재 판매 증가율이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 늘었다. 이는 2003년 1월(7.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7.0%, 설비투자는 4.7% 증가했다.

○ 내수 살아나나

사용 기간이 평균 3년 이상인 내구재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2% 늘었다. 신차 출시에 따라 자동차 판매량이 28.8% 늘었고 에어컨, 컴퓨터도 작년보다 많이 팔렸다.

반면 음식료, 의약품 등 사용 기간이 1년 미만인 비(非)내구재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준내구재(사용 기간 1∼3년)에 속하는 의류, 신발, 가방 등의 판매액은 평균 9.0% 증가했다.

통계청 김광섭(金光燮) 산업동향과장은 “5, 6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백화점 판매가 작년 2월(4.7% 증가) 이후 가장 높은 1.6%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내수 회복 기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 설비투자 아직은 불안

경기선행지표인 기업 설비투자는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1월 16.0%, 2월 ―3.5%, 3월 1.6%, 4월 ―0.2%, 5월 7.7%, 6월 ―3.1% 등으로 들쭉날쭉하다.

7월 설비투자가 4.7%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작년 같은 달 설비투자가 매우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6월에 38%의 증가율을 보였던 건설 수주액은 7월 들어 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7월 산업생산은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7.0%)을 보였다.

업종별 증가율은 반도체 23.3%, 자동차 20.8%, 석유정제 11.5%, 영상음향통신 10.4%, 화학제품 8.1% 등이었다. 반면 인쇄출판은 9.1%, 섬유제품은 8.9% 감소했다.

○ 부동산 대책과 유가가 변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인해 내수 회복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도 복병이다. 고유가가 계속되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나빠지고 국내 물가가 오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연구위원은 “내수가 회복되려면 고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내구재뿐 아니라 일반인이 공통적으로 많이 쓰는 비내구재 판매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현 상황을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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