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되나…韓 3.25% 동결-美 3.50% 인상 전망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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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장단기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정책금리 결정을 앞두고 양국 간 금리가 역전될까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조정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콜금리를 정할 예정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은 동결, 미국은 0.25%포인트 인상’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 3.25%로 같은 양국의 정책금리는 2001년 2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다시 역전된다.》

○ 미국, “올려, 더 올려”

미 FRB는 연 1.0%이던 연방기금 금리를 2003년 6월부터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2.25%포인트 인상했다.

과도한 주택자금 대출과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언론은 당초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 인상 행진이 연 4.0%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시장 장기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FRB가 정책금리를 연 4.5%대까지 계속 올릴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앨런 그린스펀(사진) FRB 의장도 지난달 20, 21일 미 상하원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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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이번에도 동결?”

지난해 11월 콜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낮춘 뒤 동결로 일관하고 있는 한은 금통위는 이번에도 콜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금리를 올리면 하반기 4.5% 경제성장 목표 달성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는 데다 최근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실어줬던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가 있기 때문.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7월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동결한 뒤 “부동산 문제는 8월 말 발표될 정부의 종합대책을 지켜봐야 할 것이며 현 단계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 한미 정책금리 역전의 득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자본이 높은 금리를 쫓아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려야 하는 각종 연기금과 보험회사는 미국 재무부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창재(愼昌宰) 교보생명 회장은 “저금리 때문에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해외 투자로 적극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曺永武) 선임연구원은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해지면 주가와 (원화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41%로 오르는 등 장단기 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통화당국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시장금리는 한국이 높아 대규모 자본 유출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자본 유출은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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