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주거시대]<上>높이 경쟁…안전은 없다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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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초(超)고층 주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 타워팰리스의 첫 입주를 계기로 관심이 모아진 초고층아파트가 최근 들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초고층주택은 덩치는 비슷하지만 생활편익시설이나 ‘피난(避難)시설’ 등 질적인 수준에서는 선진국에 못 미친다.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초고층주택의 현황과 문제점, 외국의 초고층주택을 통해 본 해결방안 등을 점검한다.》

최근 들어 40층을 넘는 초고층아파트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입주를 끝냈거나 입주 중인 초고층아파트만도 대림산업의 ‘도곡동 아크로빌’(99년 12월)을 포함해 모두 5곳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의 ‘서초 슈퍼빌’(2003년 10월 입주 예정)과 금호건설의 ‘리첸시아’(2003년 11월)가 올해 안에 입주를 시작한다. 또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의 ‘타워팰리스Ⅲ’(2004년 5월), 현대산업개발의 ‘삼성동 I-파크’(2004년 5월)도 내년에 줄줄이 입주자를 맞을 예정이다.

최근에 분양한 물량도 40층을 넘거나 이에 가까운 초고층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목동 하이페리온Ⅱ’(403가구)와 ‘부산 해운대 하이페리온’(112가구)을 분양했다. 모두 지상 40층을 넘는다. 대우건설이 올 4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트럼프월드 센텀’(564가구)도 37층으로 40층에 육박한다.

▽왜 초고층아파트인가=무엇보다 건설회사들의 기술 수준 과시 욕구가 주 원인이다.

사업을 추진한 건설회사는 현대건설 삼성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금호건설 롯데건설 등 한국에서 모두 내로라하는 회사들이다. 시공 능력을 자랑하는 한편 지역의 상징건물(랜드마크)을 지음으로써 항구적 홍보물로 이용하려는 목적이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족한 택지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방안으로 초고층아파트가 대두된 것도 인기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갈수록 쾌적한 주거여건과 좋은 전망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양대 건축학부 신성우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예를 볼 때 한국에서도 앞으로 10년 안에 대도시에서는 초고층주택이 현재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양만 초고층?=현재 선보이고 있는 초고층아파트는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단점을 지닌다. 우선 피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한건축 박창규 이사는 “선진국에서는 초고층 건축물이면 반드시 20∼25층마다 대피층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한국에서는 건설회사들이 관련 규정이 없다는 핑계로 이를 설치하지 않고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30층 이하 건축물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배연(排煙)설비나 천둥 번개 등을 피할 수 있는 피뢰(避雷)시설 설치 기준도 하루빨리 보완돼야 할 사항이다.

비싼 분양가도 문제다. 대부분 상업지역 등 ‘목 좋은 곳’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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