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6월증시 핵심변수로…지난달 넉달만에 순매수

  • 입력 2003년 6월 2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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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시작된 외국인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가 6월 증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거래기준 나흘 동안 증권거래소에서 678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종합주가지수 상승의 주역을 맡고 나섰다.

실제 3∼5월에 2조11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5월에 6882억원을 순매수했다. 1월 3183억원 순매수에 이은 넉달 만의 순매수다.

증권가에서는 경험으로 미뤄볼 때 외국인 매수세가 6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에 따르면 3개월 동안의 외국인 누적순매수가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바뀌면 최소한 2개월 동안 순매수가 이어지는 현상이 2000년 이후 반복해서 나타났다.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한국 증시의 대세 상승을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동안 한국 주식을 너무 많이 판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한국 주식 편입 비중의 회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메릴린치 서울지점 이원기 전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 핵과 카드채 문제를 구실로 팔자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SK글로벌 법정관리 공방에 대한 차분한 대응에서 나타난 것처럼 오히려 이들 변수를 한국 주식 매입의 핑계로 내세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와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의 대량매수는 강세장에 대한 베팅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UBS워버그 진재욱 서울지점장은 “한국 증시에 대한 기본 관점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북핵 카드채 등 주요 악재에 따른 나쁜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나스닥지수가 연중최고점을 경신하고 신흥시장펀드로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등 최근 미국 상황이 빠르게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에서 한국 변수는 필요조건으로, 미국 증시 상황은 충분조건으로 작용한다. 최근 외국인이 뚜렷한 계기 없이 대량 순매수로 나오고 있는 것은 시원한 변화 요인은 없지만 양쪽 시장의 흐름을 투자자들이 좋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상황을 동시에 바라보는 외국계 증권사가 아무래도 국내 상황에 치우치기 마련인 국내 증권사보다 더 낙관적인 것도 이런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한국 증시의 대세가 상승하려면 수출 부문에서 강력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일러야 하반기 말은 돼야 이런 계기가 마련될 것 같다”면서 외국인 주도에 따른 조기 대세상승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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