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화, 大生 인수 사실상 포기

  • 입력 2002년 5월 27일 18시 43분


대한생명 인수를 추진해온 한화그룹 박종석 부회장(왼쪽)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른쪽은 이용호 구조조정팀 전무.
대한생명 인수를 추진해온 한화그룹 박종석 부회장(왼쪽)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른쪽은 이용호 구조조정팀 전무.
대한생명 공개 매각이 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유일하게 남은 입찰자인 한화그룹은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기업가치 평가기준을 또 바꾸거나 인수자격을 재심사한다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공자위는 “기존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며 한화그룹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한화와 예금보험공사는 작년 9월말 기준으로 대한생명의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평가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번 3차 경쟁입찰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대한생명 주인찾기’는 차기 정권의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한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한화그룹 박종석(朴鍾奭) 부회장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쟁입찰에서 가치평가기준을 두번이나 바꾸는 것은 국제관례상 있을 수 없다”며 “6월말까지 매각가격을 포함한 주요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면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인수자격심사는 인수의향서(LOI)를 내기 전에 이뤄져야지 이미 가격까지 합의한 상황에서 재심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입찰을 포기할 경우 그동안의 금전적 정신적 손실에 대해 배상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법적 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화는 근본적으로 정부와 공자위가 대한생명을 한화에 넘겨줄 의사가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팔 생각이 없으니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한화는 그동안 대한생명 인수 후 그룹을 금융 유통 레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의 인수포기 선언으로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공자위, 한화 요구 수용 불가〓공자위 유재한 사무국장은 “기존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대한생명의 최근 6개월간 경영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평가기준을 올 3월말로 바꾸고 한화그룹이 금융기관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정부와 공자위의 시각차가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한화종금 폐쇄와 관련해 한화증권이 저금리의 증권금융채권 1300억원을 인수한 것으로 법적 책임을 다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자위는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도덕적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 또 한화그룹 계열사의 분식회계 적발도 중요한 고려사안”이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공자위 산하 매각심사 소위는 한화그룹이 인수자격 요건에 미달한다는 의견을 이미 제출했다. 금융계는 공자위와 한화그룹의 견해차가 해소되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대한생명 매각은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많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대한생명 2002회계연도 실적 추정치
보험손익(A)1조740억원
투자손익(B)1조4540억원
기타손익(C)-968억원
책임준비금 적립(D)1조5850억원
당기순이익(A+B+C)-D8400억원
주:대한생명은 결손금 이월공제제도에 따라 5년 동안 법인세를 내지 않음
자료:대한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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