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전선 ‘빨간불’…정부 급한 불끄기 급급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4분


한국 경제가 세계 각국의 ‘전(全)방위 통상 압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 중국 등도 새로 ‘한국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상 마찰의 파고(波高)까지 높아지고 있는 것. 통상 분야에 관한 정부의 대응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반(反)덤핑 조사 결정〓일본 재무성이 20일 한국 및 대만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해 반(反)덤핑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은 심상찮은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지난해 대일(對日)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수출액은 653만달러로 금액면에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일본은 대한(對韓)교역에서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해 반덤핑조사라는 직접적인 수단을 동원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번 ‘반덤핑 조사’가 한국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통상 압력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일본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일본 관련 업계는 아시아 각국의 ‘저가(低價) 제품’에 대해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국수주의적 경향을 정치적 측면에서 대표하는 것이 교과서 왜곡 문제라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이런 조류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공세〓미국은 1월말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미국 관련업계의 이해를 반영해 “한국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현대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산 철강 및 자동차 제품 등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내비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USTR는 3월말 조사단을 한국에 보내 각 경제 부처에서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어 곧 ‘후속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은 대한 교역에서 줄곧 적자를 보고 있다며 마늘에 이어 소금 유연탄 옥수수 등 중국산 1차 산품의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국산 공산품을 수입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밖에 EU는 한국 조선(造船)업계가 덤핑으로 수주하고 있다며 5월중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이다. 캐나다도 지난달초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다.

▽대응 태세 미흡〓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 강화는 최근 세계 경제의 침체와 이에 따른 ‘내 코가 석자’라는 식의 인식과 함수 관계를 갖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경우 전방위 통상 압력은 심각한 부담이 될 수있다. 가뜩이나 3월중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세로 돌아섰고 4월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통상 마찰에 대해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했을 뿐이고 차분한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또 대외교섭업무와 무역진흥업무가 각각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로 갈라져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 최근 재정경제부에 대외경제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국제업무정책관(1급) 제도를 신설했으나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권순활·김상철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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