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 감독-정책업무 손뗀다

  • 입력 2001년 4월 7일 00시 04분


외환위기 후 금융분야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왔던 금융감독원의 기능이 금융분야 검사 및 조사업무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반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 정부기구의 권한은 강화된다.

정부는 작년 10월 일부 금감원 임직원이 연루된 비리사고를 계기로 추진해온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을 최종 확정, 6일 발표했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들이 ‘전직원 사표’를 배수진으로 강력 반발하고 나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우선 그동안 금감원이 상당부분을 맡아왔던 금융감독 정책기능을 금감위 및 증선위에 완전히 넘기고 금감원은 집행 및 검사기능만 담당하도록 했다. 또 증권 선물시장에 대한 관리 감독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 기획 지휘업무는 증선위가 맡는다.

대형 금융사고 및 기업연쇄도산 등 ‘위기관리’시의 구조조정 총괄기능은 재경부가 맡고 금융기관에 대한 한국은행의 공동검사권한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재경부 금감위 한은이 참여하는 현행 금융정책협의회를 금융유관기관 협의회로 확대 개편해 거시경제정책 외에도 금융감독과 검사업무에 관한 업무조정기능을 맡도록 했다.

금감원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금감원의 모든 임직원에 대해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직권을 이용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과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 정책업무 뺏겨〓이번 개편은 각종 금융사고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금감원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대신 재경부와 금감위 등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금감원이 갖고 있던 감독정책 업무를 모두 정부조직인 금감위로 집중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반관반민(半官半民)’이라는 기형적인 조직이었던 점을 감안해 금융기관 감독정책 업무를 정부로 넘기기로 한 것이다. 감독정책을 맡던 금감원 직원들은 검사 조사 감리 업무 등으로 재배치된다. 금감원과 금감위의 ‘파워게임’에 정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증선위, 증권작전 조사기능 선봉장〓증권작전 조사 기능이 뒤진다는 지적에 따라 그동안 별로 힘이 실리지 않았던 증선위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다. 증선위는 금감위가 갖고 있던 증권 선물시장 관리 감독과 감시업무를 이번에 가져가게 됐다. 불공정 작전조사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시장조사 기획과 총괄 지휘 기능을 증선위 권한 밑에 놓는다. 금감원이 외형상 ‘공룡조직’이면서도 정작 시간을 다투는 증권조사 업무에는 ‘하세월’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감안한 것.

▽재경부 구조조정권한 장악, ‘공룡정부’ 회귀 우려〓금감위와 금감원이 누렸던 구조조정 권한이 이번에 재경부로 넘어갔다. 신용금고 사고라든지 현대그룹 사태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구조조정 칼자루를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재경부가 구조조정 권한을 사실상 틀어쥠에 따라 금융정책의 큰 그림뿐만 아니라 세세한 정책권한까지도 직접 간여할 수 있게 됐다.

환란 이후 재경부가 가졌던 금융권한을 이번 개편으로 정부가 다시 챙겨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전직원 사표도 불사〓정부가 금융사고를 빌미로 다시 ‘큰 정부’로 회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검사원’으로 전락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을 검사소로 전락시켰다”며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이 퇴진을 요구하고 전사원 사직서 제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직원 800여명은 이날 밤 비상총회를 열고 금감원 자체 개편안을 마련해 입법청원운동에 나서고 경제관련 인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지지서명을 벌이기로 했다.

<권순활·최영해·김승련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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